서울대가 2015학년도 입시부터 문과생들도 의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교차지원 허용’ 방침을 철회했다. 서울대는 추후 교육여건 및 사회환경을 고려해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27일 오후 열린 학사위원회에서 2015학년도 입시안 중 의학계열 교차지원 허용안에 대해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초·중등 교육 현장과 수험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현재 고2 학생이 치를 내년 입시에서 수의과대학 수의예과, 의과대학 의예과, 치의학대학 치의학과의 문·이과 교차지원 방안은 일단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대는 지난달 14일 2015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인문·사회과학적 교양과 자연과학적 자질을 균형있게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의학계열에 문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9일 4년제 대학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서울대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대교협은 “일반계 고교에서 이 사안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최근 전형위원회에서 서울대 측에 교차지원 허용 방침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국어고·국제고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할 수 있으면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일반계 고교가 황폐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말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의 경쟁률은 2.1 대 1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전년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대교협의 주장은 융·복합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통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8학년부터 문·이과 구분없는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2021학년부터 통합수능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어느 계열로 진학하든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자질을 모두 갖춘 융·복합 인재를 길러야 하는 상황에서 교차지원을 가로막는 것은 시대적 과제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호/정태웅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