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는 연일 최고치…채권값은 곤두박질
미국 주식과 채권 투자자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20% 이상 급등하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채권값(채권금리 상승)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하면서 투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대전환)’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2.992%를 기록했다. 지난 9월 6일 3.0050%를 기록한 뒤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은 10년물 국채금리 연 3%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해석해왔다. 그동안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넘으면 추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알렉스 로에버 JP모간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0년물 금리가 3.25%까지 오른 뒤 연말 3.65%까지 갈 수 있다”며 “양적완화 종료 시기를 앞당기면 국채금리는 4%까지 넘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세를 보인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 대신 고수익을 노리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를 지탱해온 주택 경기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채권의 연간 총수익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전망이다. 올초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채권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720억달러다. 채권투자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6년 이후 세 번째다.

데이비드 산치 트림탬스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전략가들이 예고해온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지방채도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일부 도시의 재정난이 심화하는 데다 양적완화 축소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탓이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미국 지방채 가격은 2.58% 하락했다. 2011년에는 10.70%, 지난해는 6.78%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 디트로이트 등 지자체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은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엔화는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05.02엔에 거래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