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혁신, 무크혁명을 주목하라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2018년이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진다. 교육부는 이 같은 역전현상 대비책으로 현재 56만명인 입학정원을 2023년까지 연차적으로 16만명(28.6%)을 줄여 40만명으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학을 평가해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다음의 문제점들을 감안해 대폭 수정돼야 한다.

첫째, 시장경제의 기본적 원칙에 따라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에 맡겨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시장의 기능이 잘 발휘되지 못하거나 역기능을 낼 때에는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직접적 개입보다는 간접적 개입을 통해 시장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록금 장사치로 전락한 질 낮은 대학들은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 자연히 퇴출될 수밖에 없다. 강제적으로 정원을 줄여 수요에 맞출 경우 오히려 이 같은 대학들이 살아남을 기회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

둘째, 대학의 정원 감축은 수업료 수입의 감소로 바로 연결된다. 대학들은 지난 수년간 정부의 계속된 강압적 정책에 따라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립대의 경우 기성회비 징수가 불법화됐고, 사립대는 직원의 사학연금 대납분을 환수하도록 조치됐으며 국비보조금도 축소돼 재정이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교육경비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대학의 건물과 인건비를 수입 감소에 상응하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일률적 정원 감축은 대학교육 전체의 질 저하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이다.

셋째, 2001년부터 스탠퍼드, MIT, 하버드 등과 같은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이 실험적으로 시작한 ‘무크(MOOC·온라인 대중공개 강좌)’는 대학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에게나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무크’는 이미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는 학점으로 공인하고 있다. 조지아텍은 무크를 활용해 온라인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2014년 첫 학기에 2359명이 등록했다. 이는 미국 대학들의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에 작년에 등록한 총 인원 1806명보다 더 많다. 수업료는 기존 4만4000달러보다 훨씬 싼 6500달러, 즉 15% 수준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가능하므로 기존 대학의 정원만을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된다.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크리스텐슨 교수는 15년 내에 미국 대학의 반 이상이 도산할 것으로 예측한다. 대학 학위의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무크같이 교육의 질은 좋으면서 비용은 싼 새로운 교육이 대안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 연방정부의 대학지원금을 종전처럼 학생수에 따라 지원하는 대신 대학의 혁신적 자구책에 연계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에 뒤처진 대학들은 자연히 도태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면서도 교육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파괴적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무크는 전통적 교육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교육혁명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국은 자체 무크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고 프랑스, 중국은 미국의 에드엑스(edX·하버드와 MIT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무크 플랫폼)를 국가표준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도 대학 구조조정 같은 구태의연한 접근 방법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시작되는 거대한 교육혁명에 빨리 참여해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임진혁 < 울산과기대 경영정보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