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정보가 곧 자원인 시대…신성장 사업 찾으려면 정보가치  높여야"
“21세기는 정보자원의 시대입니다.”

지난 6년간 중소기업 1500여개사 정보지원 컨설팅 활동을 펼친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57·사진)은 “창의성이 강조되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기업활동의 정보 가치는 더 올라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30년 가까이 정보 분석에 매달려온 ‘정보통’이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KISTI에 입사한 그는 입사 24년 만인 2008년 원장에 취임, 정보를 산업과 기업에 접목시키는 선도자가 됐다.

박 원장이 입사한 1980년대 초만 해도 KISTI는 해외 정보를 들여다 공급해주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만 해도 외국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만들고 싸게 되파는 수준이어서 고급 정보에 대한 갈증이 별로 없었다. 박 원장이 정보 가치를 깨달은 건 1994년 프레온 가스에 대한 경각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던 때였다. 울산화학으로부터 프레온가스에 대한 정책방향과 대체기술, 각국의 규제방식 등에 대한 분석 의뢰를 받고 기술 중심의 정보분석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글로벌 시장이 하나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이 아닌 시장을 분석하고, 정보 수집 대신 정보 생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경제가 선도형으로 탈바꿈하고 신성장산업을 찾으려면 정보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그는 이때부터 산업시장정보분석부를 이끌며 정보의 발굴과 생산, 활용에 주력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많은 기업이 KISTI를 찾는 이유다.

박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산·학·연 협력체인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를 출범시켰다. 정보 활용에 목말라 하는 기업 CEO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싶어서였다. 회원들 간의 융·복합화로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회원이 1만2000여명이며, 이 가운데 기업 CEO가 8000여명으로 주를 이룬다. 나머지는 학계와 연구소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ASTI 활동이 성에 차지 않던 그는 ‘유망 아이템 발굴사업’ ‘중소기업 연구개발 기획지원사업’ ‘중소기업 로드맵 구축 지원사업’ 등을 알리기 위해 3년 전부터 중소기업을 찾아 나섰다. 이번 달까지 방문기업은 모두 300여개사. 목표를 채우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강행군하다 기진맥진하는 날도 많았다. 지인들로부터 “당신이 중소기업청장이냐”는 핀잔도 들었다. 중소기업 멘티로 배정받은 연구원들의 볼멘소리도 높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KISTI는 서비스 기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구 산출물로 기업을 돕는 게 연구원들에게도 큰 보람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슈퍼컴퓨터도 개방했다. 슈퍼컴 시뮬레이션 기능은 기업이 시제품 생산과 제품화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한방에 해결해준다. 대구 NUC전자(사장 김종구)가 효과를 본 대표 케이스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녹즙기 성능을 극대화, 2010년 19억원이던 매출을 1년 만에 29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듬해에는 해외 러브콜을 받으며 매출이 53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성과가 빠르게 나온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보다 뿌듯한 선물은 없다”고 말한다. 박 원장이 기업 지원에 목을 매는 이유다. 그는 “기업이 정보 자원만 잘 활용해도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