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귀재"…집권2기 국정과제 추진의 '핵심역'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주목받는 '뜨는 별'이 하나 있다.

바로 예산관리국(OMB) 국장대행을 거쳐 내년 1월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에 임명될 제프리 지엔츠(46)다.

수렁에 빠진 오바마케어를 구출해낸 수훈 갑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오바마케어의 '해결사'(Mr. Fix-it)로서 지엔츠가 오바마의 집권2기 최우선 어젠다를 추진해낼 역량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가장 '배포'가 맞는 측근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저돌성있게' 밀어붙여 성공을 이끌어내는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당시 가까운 지인들은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비관적 반응을 보였지만 그는 '독배'를 피하지 않았다.

지엔츠를 잘 아는 톰 나이즈 전 국무부 부장관은 WP에 "닳고 닳은 정치인들이라면 아마 지엔츠에게 '비켜서 있으라'고 충고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는 '일을 되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고는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웹사이트 계약 하청업체 한곳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지라고 요청했고 관련 업체들에게는 수시로 기술적 업데이트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기술과 정책, 홍보, 운영 등 4개 분야의 팀을 구성하고 주간 목표를 정한 뒤 이행상황을 촘촘히 체크해나갔다.

웹사이트 운영을 총괄하는 IT(정보기술) 업체인 '옵텀'에게는 30분마다 이메일로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했을 정도다.

그는 매주 각 분야의 진척사항을 취합해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복지부 장관과 매릴린 태브너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센터 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엔츠의 이 같은 추진력은 효율과 능률을 중시하는 '거침없는' 업무스타일에서 연유하고 있다.

비효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가진 의회를 무시하기 일쑤여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상무부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와 마찰이 있었고 이것이 그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직을 노렸을 때 걸림돌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상원 금융위 관계자는 "그는 스스로를 '경영의 귀재'로 평가하면서 일을 제대로 할 줄 안다고 여긴다"며 "그런데 의회는 도대체 아는게 뭐가 있느냐는게 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2기 국정어젠다 추진에 있어 '핵심고리'와 같은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최대 과제인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창출이라는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특히 경영능력과 경제계와의 교류관계를 바탕으로 법인세 개혁과 같은 대형 난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기업들에 좀 더 고용을 늘리도록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법인세 정비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도록 하는데에도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네스 체놀트는 "기회가 생기면 이를 놓치지 않고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판단해 곧바로 추진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의 켄싱턴 출신으로 듀크 대학을 졸업한 지엔츠는 어렸을 때부터 경영과 재무에서 능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첫 직장으로 컨설팅 업체인 '베인 앤 컴퍼니'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25세에 워싱턴 D.C에 소재한 '어드바이저리 보드 컴퍼니'(Advisory Board Company)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최고 경영자로까지 승진하며 100명에 불과하던 조직을 10배나 키우고 지명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