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19일 자신과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고문이 대만 현지 경찰에 체포돼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직전 한국으로 송환된 경위를 추궁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만에서 강제 추방된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의 결백을 주장하는 진술서를 지난 6월 작성해 소지하고 있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을 갖고 있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고문이 체포 당시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동행했던 점 등을 거듭 언급하며 최 회장이나 최 부회장, SK그룹 관계자들이 김 전 고문과 수사와 재판 도중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전혀 알지 못했고 금시초문이다.

작년 6월 이후 김원홍씨와 연락한 적이 없다.

재판 과정에도 그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고문의 변호인도 "김 전 고문은 한국에 송환된 뒤에도 수감 중인 최 회장을 접견하는 등 접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다만 "수사 과정 초기인 2011년 12월께 김원홍씨와 전화 통화를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김씨는 본인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인정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회삿돈이 언제 어떻게 유출됐는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사건 구조를 겨우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선물 투자를 왜 했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 사업을 제대로 해서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려고 평생 애썼다"며 "그게 재판부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라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최 회장의 무죄 주장에 부합하는 질문을 주로 했다.

이에 검찰은 "누구를 위한 변호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에 선지급한 펀드 투자금 가운데 465억원을 빼돌려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중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됐던 김 전 고문은 대만에서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돼 최 회장 형제와 횡령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