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레코로만·자유형 7→6체급, 여자 자유형 4→6체급

레슬링의 체급이 바뀌었다.

남자 경량급 종목이 줄어 이 체급을 '메달밭'으로 삼던 한국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18일(한국시간) 2014년 1월부터 적용할 새 레슬링 체급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7체급씩 운영하던 남자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을 6체급 체제로 재편하고, 4체급만 운영하던 여자 자유형을 6개 체급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하계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했다가 극적으로 2020년 올림픽 정식 종목 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FILA가 강조하던 '양성 평등'을 종목별 체급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자부의 경량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까지 남자부는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 모두 55㎏급, 60㎏급, 66㎏급, 74㎏급, 84㎏급, 96㎏급, 120㎏급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새로 발표한 체급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의 경우 59㎏급, 66㎏급, 75㎏급, 85㎏급, 98㎏급, 130㎏급으로 재편됐다.

남자 자유형은 57㎏급, 65㎏급, 74㎏급, 86㎏급, 97㎏급, 125㎏급으로 바뀐다.

기존의 66㎏급 이상 체급은 기준 체중만 조금씩 바뀌는 대신 경량급의 두 체급이 하나로 통합된 셈이 됐다.

55㎏급과 60㎏급이 그레코로만형에서는 59㎏급으로, 자유형에서는 57㎏급으로 합쳐진 셈이다.

전통적으로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여 오던 한국은 강력한 메달 후보를 하나씩 잃어버리는 셈이 됐다.

대한레슬링협회의 김학열 사무국장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러시아 쪽에 다소 유리하게 적용된 체급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우(삼성생명·74㎏급)와 류한수(상무·66㎏급)의 체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에이스'들이 직격탄을 맞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여자 자유형은 48㎏급, 55㎏급, 63㎏급, 72㎏급으로 나뉘던 체급이 48㎏급, 53㎏급, 58㎏급, 63㎏급, 69㎏급, 75㎏급으로 변했다.

세 종목 모두 6체급씩 치르는 것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정된다.

FILA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다른 국제대회에서는 종목별로 두 체급씩을 신설, 8체급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에는 71㎏급과 80㎏급을 더하고 자유형에는 61㎏급과 70㎏급이 추가된다.

여자 자유형에는 55㎏급과 60㎏급이 끼어든다.

경량급의 축소로 피해를 보게 될 선수들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경우 여자 자유형 체급이 불과 2∼3㎏ 간격으로 지나치게 촘촘해지는 데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의 체급 차이가 생겨 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학열 사무국장은 "FILA가 발표한 체급은 앞으로 변동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레슬링의 체급 조정은 하계올림픽 퇴출과 복귀의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거론돼 '예고된 사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새해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예상을 뒤엎는 일이다.

대한레슬링협회도 새로운 체급안을 발표 당일에야 전해 받았다.

협회는 당장 20∼23일 해남 우슬체육관에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체급이 바뀌는 바람에 이번 대회 결과는 아시안게임 대표를 선발하는 데에만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김학열 사무국장은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은 다음에 다시 치러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