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사건 부끄럽지만 억울"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19일 법정에서 “나이 50줄에 평판이 있는데 먹칠하는 일을 했겠느냐”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 온 게 후회스럽고 부끄럽지만 억울한 정황이 있다”며 “회사 돈이 언제 어떻게 유출됐는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국세청 등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펀드 1~2개월 쓰려고…”라며 “선물 투자를 왜 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사업을 제대로 해서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려고 평생 애써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항소심 선고 전날 김 전 고문이 전격 송환되자 ‘기획입국설’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지난해 6월 이후 그와 연락한 적이 없으며 재판 과정에도 그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중국으로 도피했던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되는 과정에 SK그룹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금 명목으로 선지급토록 한 뒤 김 전 고문에게 송금,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으며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