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기관이 내년 기대 종목에 대한 ‘막바지 매수’에 나섰다. 기관은 지난 4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1거래일 연속 총 2조10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저가매수를 노린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도 10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연말 '산타' 기관 덕에 '스타' 될 종목

○1등주보다 2등주 주로 사들여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5% 상승한 1974.63으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1284억원, 개인이 12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기관이 2651억원을 매수하며 지수를 지탱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2000 아래에서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갔다. 매도와 매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외국인·개인과 달리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연일 매수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카드(2683억원)였다. 현대차(2232억원), 두산중공업(2140억원), 한국전력(7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두산중공업은 1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간 4.37% 상승했다. 한국전력도 같은 기간 3.62% 올랐다.

주요 매수종목 중에서는 업종을 주도하는 소위 ‘1등주’보다 ‘2등주’가 돋보였다. 기관은 전자업종 1등주인 삼성전자를 4일부터 이날까지 387억원 순매도한 반면, 2등주인 LG전자는 48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또 지주회사 중에선 2등주인 SK를 636억원 순매수하며 1등주인 LG(100억원)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좋으나 올해 주가가 부진했던 업계 2등주 위주로 연말 매수에 나선 것”이라며 “1등주와의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매수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에서는 소외됐으나 내년에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기대주’들도 기관들의 ‘주요 쇼핑목록’에 들었다.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카드는 올 들어 주가가 1.09% 하락했다. 주로 사들인 두산중공업과 LG디스플레이도 올초보다 주가가 26.10%, 19.80% 하락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2% 증가한 4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투자 매력이 없다고 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대신 올해 주가는 나빴어도 내년 이익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 위주로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매수 노린 주식형펀드 순유입

기관 매수세는 4일부터 이어진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이 원동력이 됐다. 한동안 자금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던 국내 주식형펀드는 10거래일 연속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17일엔 584억원이 유입됐다. 기관들의 매수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가 종료되고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연기금의 경우 평소 매수하는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매수여력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