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실수사 논란에 '부채질'…검찰 "부실 기각" 성토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54) 행정관과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 등 채모군 개인정보 불법열람 사건의 핵심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안팎으로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관련자들이 잇따라 말을 바꾸고 엇갈리는 진술을 하며 '진실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윗선' 또는 '몸통'을 밝히는 게 검찰의 과제다.

그러나 조 행정관 등의 신병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구속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이용해 거짓 진술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당분간 접게 됐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격리'해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 시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배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불법 열람될 당시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재구성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조 국장은 열람 내용을 문자로만 알려줬다고 진술하는 반면 조 행정관은 개인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팩스를 언급하고 있다.

검찰은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런 기초적인 사실마저 밝히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조 행정관이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문자메시지로 넘겨준 시각보다 2시간여 전에 이미 서초구청에서 가족부가 조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완전히 오리무중에 빠졌다.

심지어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을 거치는 가족부 열람 요청의 구조가 실제 몸통을 숨기기 위해 계획된 '위장전술'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등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 행정관은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진술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인물을 대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이 워낙 오락가락해온 만큼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검찰은 실제 가족부를 조회한 서초구청 직원이 조 행정관의 말대로 팩스를 보냈는지, 팩스가 발송됐다면 받은 사람은 누구인지, 현재까지 드러난 관련자들 이외에 누군가 서초구청을 직접 방문해 열람을 요청하지는 않았는지 등 구체적 진상 규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시 불거지는 부실수사·봐주기 논란도 부담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불법열람을 부탁한 것으로 지목된 행정안전부 김모(49) 국장과 서초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윗선'과 가장 근접해 보이는 인물인 조 행정관에 대해서는 네 차례 소환해 진술을 받았을 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 행정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지난 4일 서둘러 발표한 감찰 결과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수사를 좀처럼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13일 청구한 두 건의 사전구속영장 가운데 최소한 조 행정관의 영장은 발부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 행정관은 처음에는 의혹을 전부 부인하다가 정부부처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수사가 진행되자 이마저도 번복하는 등 시종일관 오락가락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수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범죄혐의가 소명된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밝히면서 이렇게 수사의 진행 경과를 지적하는 표현을 쓰는 일은 흔하지 않다.

검찰로서는 수사를 더 해오라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부실수사 논란을 의식한 듯 강한 어조로 법원을 성토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기각 사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부실기각'이 아닌가 싶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소명하기 위해서 구속하겠다는데 앞뒤가 바뀐 것 같다"며 '소명 정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