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인사 현지 급파…비리·부실 파악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부실·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카자흐스탄과 일본 현지에서 동시에 집중 점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이 특정 시중은행에 대해 동시 점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관련자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담당 부원장이 1주일간 일정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방문한 데 이어 검사국 국장도 지난 주말 극비리에 일본 도쿄로 건너가 국민은행 부실·비리 현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는 금융사의 부실 및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해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국민은행 건과 관련해 동시에 카자흐스탄과 일본에 건너가 점검을 벌였다"면서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금융당국이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고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 담당 국장은 지난 주말 도쿄를 전격 방문해 일본 금융당국과 양해각서 체결 등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조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들은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일본 진출 국내은행 지점들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도쿄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진출해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 간부가 도쿄에 와서 현지법인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문제점을 자세히 파악하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부당 대출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로 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 이모씨와 부지점장 안모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은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실 의혹을 파악하고 현지 금융당국과 협력 증진을 위해 지난 7일부터 1주일간 일정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이다.

카자흐스탄 금융당국과 관계 증진 그리고 국내 금융사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지만, 항간에서 제기되는 BCC 부실에 따른 분식회계 등의 의혹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은 지난달 금감원에 '자금세탁 혐의로 BCC의 외환업무를 1개월 정지했다'는 검사 결과를 공문으로 통보하고 추가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 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BCC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하고 현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2010년 2천442억원의 적자를 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김태종 기자 president21@yna.co.kr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