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내일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먼 미래에만 일어날 법한 아주 신기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대한민국 타임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열한시’(김현석 감독, (주)파레토웍스 제작)는 내일 오전 11시로의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그 미래가 희망차지만은 않다. 이들은 미래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한다. 한 마디로 미래를 바꾸려는 이들의 사투다.







시간 이동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들 중 블랙홀 사이의 웜홀을 통과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 ‘열한시’를 탄생시켰다. 웜홀이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관객이 있을 것.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웜홀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통로, 타임머신 트로츠키가 왕복할 수 있는 통로를 의미한다. ‘열한시’는 새로운 물질이 반응하면 입구를 닫아버리는 웜홀을 지탱할 수 있는 장치로 코어 에너지를 접목시켰다. 이는 개연성을 높이며 사실감을 더했다. 실제 연구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강렬했다.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인을 설득하는 장면부터 ‘열한시’라는 타이틀이 뜨기 까지 관객을 몰입시킨다. 다소 어려운 단어들이 나와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다. 이걸 넘겨 버리면 그 다음의 이해는 좀 더 쉬워진다. 타임머신이 웜홀을 통과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같은 흥미를 유발하고 SF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쯤에서 확실히 해둘 것이 있다. ‘열한시’는 결코 공상과학이 아니다. 타임 스릴러다. 더 이상의 것을 바라면 안된다는 말이다.



타임 슬립 형식의 ‘열한시’는 수많은 플래시백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미래에 다녀온 우석(정재영)과 영은(김옥빈)은 그 참담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믿기 힘들어한다. CCTV를 켜는 순간 영화는 다시 시작이다. 실제 오전 11시가 될 때까지 말이다. 우석 영은 지완(최다니엘) 조실장(이대연) 영식(박철민) 숙(신다은) 문순(이건주)은 자신에게, 서로에게 한 없이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바꿀 수 있냐고. 그리고 대답은 당연하게 둘로 나누어진다. ‘정해져 있다’와 ‘바꿀 수 있다’로 말이다.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이렇듯 타임머신을 만드는 이들 조차도 알 수 없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의문은 ‘열한시’ 속에서 계속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잠언 구절을 통해 조금은 해소된다. 잠언 27장 1절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영화 초반 등장하는 이 글귀는 영화가 끝난 후에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해진다. 김현석 감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그들의 미래에는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가 이 잠언 속에 담겨져 있다. 우연히 성경책을 읽다가 발견한 것 치고는 굉장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31장 중 27번째 장을 읽고 있던 김현석 감독. 자기도 모르는 센스가 탁월하게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김현석 감독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드라마를 놓지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숨 가쁘게 미래를 되돌려 놓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후, 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올 때쯤 화면에서도 그 평화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나는 대목이다.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타임 스릴러에서도 드러났다. 결말은 직접 확인해보길. 28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9분.(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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