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화와 성장
사람은 변한다. 성격이 바뀌어 순하던 사람이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거칠고 강하던 사람이 기(氣)가 꺾여 나타나기도 한다. 궁금했던 어릴 적 친구와 우연히 연락이 닿아 정말 반갑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너무도 힘들게 변해버린 그 친구 “나 많이 변했지?” 하는 수줍은 첫 마디에 화들짝 “야 인마 당연하지 변해야 정상이지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하면서도 안타까워 한동안 가슴 아팠던 적이 있다.

사람은 당연히 변한다. 외모의 변화 정도가 아니라 나약하고 가난했던 사람이 “이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이었나?” 어리둥절할 정도로 부유해졌거나 유식해졌거나 강해졌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어색해지기도 해서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가 보면 그 사람이 겪었을 수많은 경험과 그만의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고 내가 단순히 ‘내가 알던 때의 그 사람’을 기준으로 변했다 하고 서운해하는 건 아닐까,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갈등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그래서 변화라기보다는 성장해 온 것을 너무 쉽게 “사람 버렸다”고 단정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1979년도 스물아홉 때부터 ‘연예인 축구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이젠 전설로 남으신 쟈니 부라더스, 봉봉 사중창단 그런 어르신들이 계셨으니, 1주일에 한 번 축구장에 나가 10분을 제대로 못 뛸 때도 많았다. 그래도 다행으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뛰고 있으니 나도 연예인 축구계에선 상당히 ‘원로’인 셈이다. 그 세월 동안 그곳에서 참 많은 연예인들을 보아왔다. 새까만 신인시절에 들어와 이름을 얻고 훌륭한 연예인이 된 후배들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좌절하여 사라져버린 무명의 친구들도 있었다. 인기를 얻고 나서 목소리와 몸짓이 바뀌어 버린, 눈빛까지도 변해버린 분이 계신가 하면 긴 세월 변함없이 겸손하고 경우 바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고마운 사람도 있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며 시선이 남에게서 내게로 돌려지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변화했는가? 성장했는가? 아무래도 지나치게 관대했던 듯하다. 부끄럽다.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