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워킹홀리데이
“6개월간의 워킹홀리데이로 1억원을 벌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직업’ 프로그램에 참가하세요.” 올해 3월 호주 관광청이 펼친 캠페인 문구다. 선발된 6명은 호주 6개 주에서 반년간 10만호주달러(약 1억1000만원)를 받으면서 축제 담당자나 오지 탐험가, 음식 비평가 등의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4년 전 퀸즐랜드 주정부가 기획해 첫날에만 3만여명의 지원자를 모은 아이디어를 국가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호주는 땅이 넓고 인구는 적어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다. 워킹홀리데이란 만 18~30세 젊은이들에게 여행 중 방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제도다. 우리의 첫 협정국인 호주에는 지난해 약 3만4000여명이 방문했다. 전체 4만8000여명의 70%가 몰린 것은 영어권 국가이면서도 인원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싸게 부려먹어도 된다는 인식이 퍼져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은 농장 잡역부나 청소부 등으로 일하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 1만원 안팎을 받는 형편이다. 이렇게 번 돈 가운데 인력 업체 수수료와 숙박비, 교통비를 주고 나면 밥값 대기도 바쁘다. 올초엔 성매매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이 절도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현지인은 이들을 취업난민으로 부른다.

‘영어 배우기’ 역시 쉽지 않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 없이는 단순 노동직밖에 구할 수 없고 영어를 쓸 기회조차 없다. 게다가 호주 청년들은 이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보인다. 그래서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 한 해 동안 호주에서 발생한 워킹홀리데이 관련 범죄 건수는 99건이나 된다.

1970년대 후반까지 있던 백호주의의 영향으로 동양인에 대한 차별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최근 살해된 여대생도 유색 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의 피해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안전과 노동착취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영사관이 한인단체들과 힘을 합쳐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더구나 워킹홀리데이는 청년 실업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권장했던 것이다. 취업 국가별 내국인 신변보장 등 안전장치 마련과 정당한 보수 등을 위해 정부가 당연히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워킹 호러데이’니 ‘킬링 홀리데이’니 하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참에 한국 청년들의 영어 고민을 해결할 묘안도 함께 찾아보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