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선 시간선택제 일자리] 시간선택제 일자리 3大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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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3만개 일자리 창출? (2) '알바'와 형평성 (3) 재고용 여부 논란
정부 지원 '찔끔'…中企 자발적 채용 '불가능'
인력 쏠림현상 심화 땐 인건비 상승 부채질
계약직으로 뽑으면 정규직 전환 문제 불거져
정부 지원 '찔끔'…中企 자발적 채용 '불가능'
인력 쏠림현상 심화 땐 인건비 상승 부채질
계약직으로 뽑으면 정규직 전환 문제 불거져
고용률을 높일 ‘묘안’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空約)’으로 끝날 것인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고용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잘만 된다면 고용률 70% 달성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선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선 정책 취지는 좋으나 이를 뒷받침할 정부 정책의 허점이 많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앞으로 5년간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개 창출은 과연 가능할까.
○쟁점(1)-93만개는 꿈의 숫자?
‘93만개’라는 목표치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은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이다. 작년 고용률이 64.2%였는데 이를 5년 뒤 70%까지 높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선 238만1000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정규직 일자리로 이 계획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건 정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온 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서 1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무원 4000명, 공기업·공공기관 9000명, 교사 3600명 등이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계획에 동참하고 나섰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대기업 채용계획은 12개 기업, 1만8477명에 불과하다. 공공부문과 합쳐도 3만5000여명 남짓으로 목표치(93만개)의 3.7%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부족분을 다른 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뽑는 기업에는 근로자 한 명당 월 80만원(연 96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사실상 지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용노동부가 책정한 기업 인건비 보조 예산은 올해 91억원, 내년 195억원이다. 근로자 1명당 연간 960만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910명, 내년 2031명만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2년 계약직으로 뽑는 기업은 인건비 지원 혜택을 못 받는다. 기존 파트타임 근로자를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해도 혜택을 못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고, 기업들이 알아서 뽑으라는 얘기”라며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을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쟁점(2)-고용시장 혼선 우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이른바 ‘알바(아르바이트)’와 다른 질 좋은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알바’보다 더 임금 조건이 좋고 근로기간도 정년까지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겐 최저임금의 130% 이상에 달하는 급여를 주고, 4대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기본 운용 방침도 정했다.
문제는 이처럼 시간선택제에만 좋은 조건을 부여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알바’, 기간제 일자리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콜센터 파트타임 근로자다. 예를 들어 콜센터 직원 중 상당수를 하루 4~6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로 채우고 있는 A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이 추가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기존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시급제 계약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동등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요구할 경우 노동시장 전반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며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인력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쟁점(3)-고용연장 논란 소지도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고용조건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정규직·무기계약직이 아닌 1~2년 계약직으로 뽑을 경우 고용기간이 끝난 뒤 ‘계약 연장’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현행 기간제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고용기간이 2년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 조항을 시간선택제 근로자에도 똑같이 적용할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비슷한 강제 규정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2년 계약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한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계약기간이 지난 뒤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 때문에 선뜻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2년마다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따른 노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계약 연장 의무시한을 ‘4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쟁점(1)-93만개는 꿈의 숫자?
‘93만개’라는 목표치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은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이다. 작년 고용률이 64.2%였는데 이를 5년 뒤 70%까지 높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선 238만1000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정규직 일자리로 이 계획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건 정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온 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서 1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무원 4000명, 공기업·공공기관 9000명, 교사 3600명 등이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계획에 동참하고 나섰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대기업 채용계획은 12개 기업, 1만8477명에 불과하다. 공공부문과 합쳐도 3만5000여명 남짓으로 목표치(93만개)의 3.7%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부족분을 다른 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뽑는 기업에는 근로자 한 명당 월 80만원(연 96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사실상 지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용노동부가 책정한 기업 인건비 보조 예산은 올해 91억원, 내년 195억원이다. 근로자 1명당 연간 960만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910명, 내년 2031명만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2년 계약직으로 뽑는 기업은 인건비 지원 혜택을 못 받는다. 기존 파트타임 근로자를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해도 혜택을 못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고, 기업들이 알아서 뽑으라는 얘기”라며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을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쟁점(2)-고용시장 혼선 우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이른바 ‘알바(아르바이트)’와 다른 질 좋은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알바’보다 더 임금 조건이 좋고 근로기간도 정년까지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겐 최저임금의 130% 이상에 달하는 급여를 주고, 4대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기본 운용 방침도 정했다.
문제는 이처럼 시간선택제에만 좋은 조건을 부여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알바’, 기간제 일자리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콜센터 파트타임 근로자다. 예를 들어 콜센터 직원 중 상당수를 하루 4~6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로 채우고 있는 A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이 추가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기존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시급제 계약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동등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요구할 경우 노동시장 전반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며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인력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쟁점(3)-고용연장 논란 소지도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고용조건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정규직·무기계약직이 아닌 1~2년 계약직으로 뽑을 경우 고용기간이 끝난 뒤 ‘계약 연장’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현행 기간제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고용기간이 2년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 조항을 시간선택제 근로자에도 똑같이 적용할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비슷한 강제 규정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2년 계약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한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계약기간이 지난 뒤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 때문에 선뜻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2년마다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따른 노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계약 연장 의무시한을 ‘4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