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평동 부평깡통시장 야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태현 기자
부산 부평동 부평깡통시장 야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 17일 오후 7시 부산 부평동 공영주차장 인근에 마련된 부평깡통시장 야시장. 기존 상가들 사이 110m 길이에 판매대 30개가 놓인 이곳의 야시장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야시장이 생긴 이후 인근의 기존 상가들도 야시장 특수를 누렸다.

이곳에서 3대째 카펫 매장을 운영하는 김종열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회장(47)은 “전국 유일의 야시장 문화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평일에는 3000여명, 주말에는 5000~6000명이 몰려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 30만~60만원

야시장은 밤에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문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상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부산시가 지난달 24일 개설했다. 오후 6시20분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국내인들이 운영하는 매장 가운데 호떡에 견과류를 넣은 ‘씨앗호떡’과 ‘자갈치해물빵’, ‘닭가슴살구이’ 판매대 앞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판매대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 쌀국수볶음인 미고랭에는 10여명이 줄서 있었다. 필리핀 ‘가모테큐(바나나 튀김)’, 베트남 ‘짜죠(고기튀김 쌈)’, 중국 ‘사요마이(새우 딤섬)’에도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수제품도 관심을 끌었다. 케냐의 전통 수제품을 만들어 파는 조 프리 씨(36)는 “골라보이소, 골라보이소”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손님을 불러 모았다. 김 회장은 “대부분 가게들은 하루 평균 30만~60만원을 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도 투숙 외국인을 대상으로 야시장 투어에 나섰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주 2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고 부산롯데호텔은 관광 코스에 포함하기 위해 일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야시장 개설로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면서 오후 7~8시면 문을 닫던 부평깡통시장의 기존 상가들도 연장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전국 유일 상설야시장 부산 부평깡통시장 활기
○새로운 밤 문화, 부산시 2014년에 확대


야시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밤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별로 없던 부산에 새로운 관광문화를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야시장에는 비행기접기, 인형극 등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음식도 1000~3000원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존 상인들이 팔지 않는 상품을 팔게 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부평깡통시장은 1890년 상설시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개설돼 내달 5일이면 120주년을 맞는다. 부지 5만㎡에 1381개 매장이 영업하는 골목형 시장이다. 부평깡통시장 옆에는 국제시장이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번화가인 광복동 영화관과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국제여객부두 등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시는 판매대 운영자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선정했다. 장애인 7명, 미혼모 10명, 다문화가족 6명, 맛집 7명 등이다.

부산시는 내년에 야시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4월까지 5억원을 들여 야시장을 300m 길이로 확대하고 판매대도 30개에서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박동석 부산시 전통시장지원팀장은 “기존 상인들이 서로 자기 점포 앞에 야시장을 개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운영 희망자도 줄서 있다”며 “야시장을 부산의 명물시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