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들아, 어디가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응원 열기가 한창일 때, 집에서 TV중계를 보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마침 화면에 한 가족이 야구장 응원석에서 치킨을 먹으며 응원하는 모습이 비쳤을 때다. 그깟 치킨이 대수인가 싶어 아내를 쳐다봤는데 아내가 하려던 얘기는 치킨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물론 두 아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게 꽤 오래된 기억이다.

요즘 ‘스칸디 대디’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녀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북유럽 국가의 아빠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빠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낸 남성의 수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가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있으랴.

하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가부장적 아버지의 역할을 맡아 온 필자에겐 이런 용어와 개념이 어색하다. 육아에 대한 기억이라면 기껏해야 주말에 아들 손잡고 목욕탕 몇 번 가본 것이 전부다. 필자 세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육아와 교육은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바깥일이 전부인 양 알고 살아왔다.

그나마 가끔씩 나누는 대화에서 느낀 가장으로서 성실하게 생활하고 사회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필자의 모습이 아들들에게도 좋게 보였던 것 같다는 착각(?)이 다소 위안이 된다. 필자가 유행을 좇아 갑자기 스칸디 대디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도 불가능한 일일뿐더러 이미 장성한 아들들에게도 어색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곧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그리고 각자 가정을 꾸리게 되면 정말 아버지와 아들로서 함께할 시간이 사라지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난다.

시작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으리라.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식사시간이라도 자주 갖고, 아내와 종종 나서는 영화관 데이트에 아이들도 함께해야겠다. 또 내년에는 야구장에서 치맥을 함께하며 응원도 해보고 싶다.

각자 일로 바쁜 아들들에게 시간 좀 내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 TV 프로그램 제목과 거꾸로 ‘아들아, 어디가니?’를 외치면서 말이다.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