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011년 10월 서울 양재동 사옥을 방문한 네이슨 딜 미국 조지아 주지사에게 수소연료전지차 절개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011년 10월 서울 양재동 사옥을 방문한 네이슨 딜 미국 조지아 주지사에게 수소연료전지차 절개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그린카(친환경차)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세계 첫 양산’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도요타 등 경쟁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의 경쟁력 우위를 앞세워 이 시장의 선두주자 입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수소연료전지차 “15년 투자의 결실”


[경쟁력이 힘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친환경 수소연료전지車 세계 첫 양산
현대차는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에 참여하면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를 모델로 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처음 선보였다.

이 차량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로 구동한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물 이외의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유해가스 및 지구 온실가스에 의한 환경오염과 석유 에너지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2004년 미국 국책사업인 연료전지 시범운행 시행사로 선정되며, 미국 전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운행했다.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때 개발된 투싼 연료전지차는 연료 시스템과 성능이 기존 모델보다 크게 향상됐다. 뒤이어 기아차 스포티지와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연장, 연비 향상, 배터리 성능 개선 등의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현대차는 2008년 수소연료전지차로 미국 대륙 동서 횡단에 성공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한 번 충전으로 633㎞를 완주했다. 역시 친환경차로 꼽히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5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수소연료전지차의 실용성이 높은 셈이다. 현대차는 이듬해인 2009년 미국 ‘수소연료전지 로드투어 2009’에서 2655㎞를 완주하며 기술 신뢰도와 내구성을 입증했다.

○경쟁업체보다 2년 먼저 양산 성공

현대차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울산공장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들어갔으며 전 세계 보급을 확대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 구축은 2015년 양산 예정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GM(제너럴 모터스),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최소 2년 이상 빠르다. 현대차는 독자 기술력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친환경차 시대에서 앞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0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수소저장 시스템(700기압)을 탑재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94㎞까지 달릴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160㎞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L당 27.8㎞나 된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슈퍼비전 클러스터, 7인치 내비게이션 등을 새롭게 개발해 상품성을 높였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스택과 운전장치, 인버터 등 ‘연료전지 시스템의 모듈화’를 통해 기존 가솔린 차량 엔진크기와 비슷한 수준의 구동 시스템을 적용, 생산성 및 정비 편의성도 높였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유럽연합(EU) 의회의 시범 운행 사업에 단독으로 선정됐다. 또 덴마크 코펜하겐시에 관용차로 15대를 공급하는 등 유럽 지역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기술 선도기업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관련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 머물던 현대차가 처음으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치고나간 만큼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판매량 확대와 상품성 개선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모하비와 투싼ix 등 100여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서울과 수도권, 울산 등지에서 운행하며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2015년까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1000대를 판매하는 등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