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가 진행되는 도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가 진행되는 도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을 행정부에서 국회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 “우리나라 현실에선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를 비롯해 병역 면제 의혹, 판사시절 업무 추진비와 친대기업적 판결 논란, 업무와 관련된 주식 보유 이력,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지연 학연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감사원 독립성 및 중립성과 관련, 황 후보자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고쳐나가겠다”며 “중립성을 감사원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답했다. 황 후보자는 또 “권력에 쓴소리 할 상황이 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이 대통령 견제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 문제에는 “재판에 계류된 사건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및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지역(경남) 출신인 점과 관련, “비서실장과는 사적인 교류나 만남은 이번 건(감사원장 내정) 이전에는 없었다. 민정수석과는 법조인 모임에서 어쩌다 만나 인사를 나누는 정도”라며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발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군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선 “고도근시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남성의 한 사람으로서 신성한 국방의무를 어떤 이유에서든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자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황 후보자의 시력이 재검 때인 1977년 좌우 0.1로 현역병 대상이었는데, 한 달 후인 8월에는 좌우 0.05로 정정돼 군 면제를 받았고, 3년 뒤 사법시험 합격 채용 신검에서는 다시 0.1씩으로 돌아왔다면서 군 면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는 이에 대해 “0.1 시력은 시력측정표를 보고 한 것이고, 0.05 시력은 굴절도에 의한 정밀검사였다”며 “사법시험 뒤 0.1로 환원된 것은 기록은 남지 않았고,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력측정표에 0.1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0.1 이하를 그렇게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10월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라는 데 동의하냐”라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 후보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자료제출 미비가 논란이 돼 개의 1시간이 넘도록 후보자 선서조차 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김재후/추가영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