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산저축銀과 동양증권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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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취재수첩] 부산저축銀과 동양증권의 '데자뷔'](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02.6932826.1.jpg)
지난 5일 부산에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 수십여명이 동양증권 부산본부를 점거한 것이다. 이들은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며 3일간 농성을 벌였다. 동양증권 임직원들의 무릎을 꿇리는 등의 과격한 장면도 나타났다. 동양증권 임원을 건물 옥상으로 끌고가 ‘뛰어내리라’고 협박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100여개에 달하는 전국 동양증권 지점 중 유독 부산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우연이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의 피해자 행동을 보고 겪은 데 따른 ‘학습효과’라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벌어진 피해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기억이 동양 사태를 대하는 지역민들의 피해의식을 더 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돈을 날리게 된 동양증권 투자자들의 막막한 심정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억울함이 클수록 냉정한 대응이 더 필요하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행동은 결과를 더 악화시켰을 뿐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은 영업정지 후 9개월이나 예금을 찾지 못했다. 예보 직원의 출입을 막는 바람에 실사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다른 6곳의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한 달여 만에 5000만원 이하 예금을 차례로 돌려받았다.
동양증권 피해자들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집단행동까지만 ‘학습’하고 그 결과는 ‘학습’하지 못한 것 같다. 불완전판매 등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입증할 계약서 녹취록 등의 자료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점포를 점거하는 방식은 화풀이는 될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단행동으로 떼를 써서 원금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