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號 소집 앞두고 절정의 골감각 장착

'손세이셔널' 손흥민(21·레버쿠젠)이 한국 축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빅리그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손흥민은 9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20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 함부르크와의 홈 경기에서 혼자 3골을 몰아치고 도움 1개를 더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9분에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은 불과 8분 뒤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0분에는 수비수 몸을 맞고 흐른 공을 페널티지역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대기록 작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모여드는 유럽에서 해트트릭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한 경기에 3골을 몰아넣은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손흥민의 이번 기록은 유럽 4대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에서 이룬 것이어서 그 가치는 매우 높다.

손흥민의 롤 모델이자 레버쿠젠 선배인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도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었지만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1978-1979시즌 다름슈타트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차 전 감독은 이후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7년간 한 시즌만 빼고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뛴 11시즌 동안 정규리그와 컵대회 경기를 모두 합쳐 멀티골을 넣은 것은 20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해트트릭은 없었다.

차 전 감독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 선배 선수들도 해트트릭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설기현(인천 유나이티드)이 2001년 안더레흐트(벨기에)에서 뛸 당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정규리그가 아닌 슈퍼컵 경기였다.

손흥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기면서 "차범근 감독님의 기록을 깨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분데스리가 4년차인 손흥민은 지금까지 26득점을 기록 중이다.

전체 골 수에서는 아직 차 전 감독의 기록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적어도 해트트릭에 있어서만큼은 차범근을 벌써 뛰어넘었다.

차 전 감독의 기록을 깨겠다는 목표 중 하나를 이날 경기에서 처음 달성한 셈이다.

손흥민은 지난 9월 25일 빌레펠트와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2라운드 경기 이후 골 맛을 보지 못하다 이번 해트트릭으로 골 갈증을 시원하게 풀었다.

이제 손흥민이 차 전 감독을 진정 뛰어넘는 선수가 되려면 '꾸준한 득점력' 유지가 관건이다.

손흥민은 11일 오전 한국으로 돌아와 대표팀에 합류해 스위스(15일), 러시아(19일)와의 평가전을 준비한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절정의 골감각을 장착한 손흥민이 국내 축구팬들 앞에서도 다시 한 번 '골 폭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