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추징법' 국무회의 의결…재계 "과잉입법"
횡령 배임 등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고액 추징금을 미납한 경우 가족이나 친인척 등 제3자로부터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이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는 법 통과 즉시 미납 추징금의 환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위헌 논란과 함께 과잉입법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본지 11월4일자 A1, 3면 참조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은 두 가지다. 범죄수익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다. 범죄자가 재산의 몰수나 추징을 피하기 위해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경우 이를 추징 대상으로 삼아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신설했다. 공무원의 뇌물 범죄 추징 절차를 강화한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몰수 특례법)’을 일반인에게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 법률로는 범인이 제삼자 명의로 재산을 숨겼을 경우 민법상 ‘사해행위의 취소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하기가 어렵다”며 “법 개정을 통해 이 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해행위란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 고의로 땅이나 집, 예금 등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범인 외의 제삼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도 범죄행위에 제공된 물건이나 그 대가로 취득한 물건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정홍원 총리(사진)는 “법치는 민주사회를 바로 세우는 핵심 요소로서 사회지도층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그 가치는 더욱 확고해진다”고 강조했다.

민간인 미납 추징금의 핵심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게 부과된 17조9000여억원이다. 1999년 대우그룹이 부도와 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그룹 계열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재산 국외 도피 등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기소했고 서울고법은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개월과 함께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이에 대해 회사 재산을 개인적으로 횡령하거나 착복하지 않았다며 불법적인 뇌물수수로 거액의 재산을 조성한 전직 대통령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원 판결 없이 제3자의 재산을 추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도 경영상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징벌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