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밋빛 추천株, 잿빛 될 줄이야
증권사들이 작년 말 추천했던 ‘2013년 유망종목’은 올 들어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 KDB대우 등 국내 7개 증권사가 작년 11~12월 공개한 ‘2013년도 연간 증시보고서’(증권정보제공업체 와이즈리포트 등록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제시했던 188개 추천종목은 올 들어 평균 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65%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 증권사 추천종목의 실제 손실률은 2.98%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7개 증권사 중 5곳에서 손실
분석 대상 7개 증권사 중 작년 추천종목의 올해 평균 주가 상승률이 플러스인 곳은 삼성, 한국투자 등 두 곳뿐이었다. KTB투자, 현대, KDB대우, 우리투자, 메리츠종금 등 5개 증권사는 추천 종목들이 회사별로 0.88~6.94%씩 평균 손실을 냈다.

이들이 추천한 188개(8월29일 분할 재상장한 네이버 제외) 종목 중 주가가 올 들어 떨어진 곳은 108건(57.44%)이었다. 주가가 가장 큰 폭 하락한 종목은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추천했던 삼성엔지니어링(-54%)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등 6개 종목은 분석 대상 증권사의 과반수인 4곳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LG화학은 삼성, 한국투자, 현대 등 6개 증권사의 추천을 받았지만 지난달 31일 주가는 작년 말 대비 9% 하락했다.

4곳 이상의 증권사 추천을 받은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SK하이닉스와 KB금융 등 2개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24% 상승했다.

‘예상 외 악재’에 발목잡힌 추천종목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자들은 작년 말 추천 종목들의 올해 주가가 대체로 부진한 것에 대해 “작년 말엔 올해 증시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올 상반기 ‘예상 외 악재’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에 보고서를 낼 때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기나 중국 전망이 긍정적이라 경기민감주 위주로 추천종목을 선정했다”며 “큰 틀에서 올해 증시 흐름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국 지표 부진이나 뱅가드 펀드 환매 문제 등 악재가 부각되면서 일부 경기민감주들의 상승에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반등했지만 소수의 업종 대표주만 주가가 급등한 것도 2등주까지 포함하고 있는 증권사 추천종목들의 올해 주가 부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가 올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작년 말의 예상은 맞았지만 올해 2등주들이 상대적으로 주가 소외를 받아 전체 추천종목 주가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실제 통신업종 1등주인 SK텔레콤은 무려 48%의 주가상승을 나타냈으나 KT는 오히려 1% 하락했다.

증권사의 연간 추천 종목 주가가 부진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연간 증시전망 보고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말에 내놓은 증시 전망이 이듬해 1년 내내 적용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각 증권사에서 매달 내놓는 모델포트폴리오(MP)를 활용하는 쪽이 투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