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는 정답을 묻지말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라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

유대인 엄마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무엇을 배웠느냐고 질문하는 대신, 어떤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아이에게서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는 답을 듣거나,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시간에 조용하다는 말을 들으면 유대인 엄마는 걱정한다.

인구에 비해 지적(知的) 업적이 탁월하기로 소문난 유대인 사회에는 질문을 통한 학습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는 부모의 걱정거리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이의 질문 기피증과 어른의 질문 거부증이 만나, 일방적인 지시와 맹목적 수용의 학습문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일방적인 소통의 습관은 학교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 내 소통 부족도 알고 보면 같은 뿌리에서 자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의 에너지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관계에 균열이 발생한다.

질문의 리더십을 실천할 때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질문의 성격과 방향이 답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골수기증자가 부족해 생명을 잃는 환자가 많은 병원을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골수기증자를 50% 늘려서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더 많이 살려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합당하다. 하지만 변변한 답은 만나기 힘들 것이다. 자기 몸에 바늘 꽂히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한단 말인가.

이제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잠재적인 기증자들은 무엇이 두렵거나 걱정이 돼서 골수 기증을 미루는 걸까요?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이 아프면 골수나 장기를 기꺼이 내놓을 잠재적 기증자다. 이제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억지로 기증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기증자의 두려움을 제거하는, 비교적 쉽고 구체적인 과제를 상대하게 된다.

이처럼 질문하는 사람이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전혀 다른 답을 하게 된다. 문제 상황에서 리더는 ‘누구 짓이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문제의 원인이 뭐야?’라고 물을 수도 있다. 문제 해결을 두고도 ‘누가 책임질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어떤 방법이 좋겠어?’라고 물을 수도 있다. 리더가 던진 질문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조직은 마녀사냥을 시작하기도 하고, 개선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질문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모습은 ‘열린 질문’과 ‘구체적 질문’이다. 직원들의 생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질문은 ‘정답’을 묻기보다는 ‘의견’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의견을 묻는 질문은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한 열린 질문이다.

너무 열린 질문은 직원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인생이란 뭘까?’라는 질문은 생각을 촉발하는 열린 질문으로는 좋지만, 직장 리더가 할 질문은 아니다. 리더는 과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야 하므로, 열린 질문과 함께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스마트폰 아이디어 좀 내봐’라고 지시할 것이 아니라, ‘이동 중에 인터넷 접속이 많은 20대를 겨냥한 스마트폰 아이디어 좀 내봐’라고 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다.

질문하는 리더가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미리 답을 정해놓고서 ‘내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는지 한 번 보겠어…’ 식의 질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은 직원들은 바로 눈치를 채고 몸을 사린다.

둘째, ‘왜?’라는 질문을 사용할 때에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비난하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했어?’라는 질문은 책임지라는 말로 들린다. 능숙한 리더는 같은 말이라도 ‘이 결정을 할 때 무엇을 기대했나?’ 혹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결론에 도달했지?’라는 식으로 묻는다.

사회 전반에서 소통이 강조되면서, 리더들은 말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다. 진정한 소통의 대가는 상대방이 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는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직원들이 리더의 질문에 답하면서 생각을 키워가고, 그 과정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면 리더는 굳이 달변가일 필요는 없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질문하는 리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리더들도 질문의 리더십을 배우고 실천할 때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