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흔히 ‘임테기(임신테스트기)’로 불리는 임신진단시약이 내년부터 인터넷이나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판매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신진단시약을 ‘의료기기’로 분류해 소비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임신진단시약 등 체외진단용 의약품을 의료기기로 분류·관리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진단시약을 비롯해 콜레스테롤 측정, HIV(에이즈) 검사 등 지금까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체외진단용 의약품을 의료기기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를 받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미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체외진단용 시약을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있다”며 “체외진단용 시약이 의료기기로 바뀐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제조 및 품질관리 체계 심사 의무화 등 국제기준이 적용돼 품질관리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13일까지 관련기관 의견조회를 진행한 뒤 내년 초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각에선 부정적 반응도 있다. 예컨대 평소 약국에서 임신진단시약을 사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청소년들의 시약 구매를 용이하게 해 성문란과 생명경시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인회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은 “올바른 성 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 문제에 신중하지 않게 될까봐 우려된다”며 “청소년이나 임신을 피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임신 사실을 조기에 알고 낙태로 이어지게 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