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횡령혐의 부인…김준홍 전 대표와 진실공방 벌일 듯

SK그룹 총수 형제와 함께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28일 처음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한 때 SK그룹 안에서 '묻지마 회장님'으로 통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키가 160㎝도 안 돼 보이는 왜소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중국 상해 스프링 회사 대표"라고 답했다.

겨울용 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씨는 몸을 웅크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등 재판 내내 주눅 든 모습이었다.

구치소에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한 듯 얼굴빛이 어두웠고 방청객 사이에서 "실제 나이보다 늙어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씨 변호는 법무법인 충정이 맡았다.

변호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한 어조로 반박해 위축된 김씨의 모습과 대조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인적인 금전거래를 했을 뿐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김 전 대표가 형사책임을 피하려고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태원(53) SK 회장과 최재원(50) 수석부회장의 기존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변호인은 김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해 김씨의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김 전 대표가 법정에 나와 진술할 경우 김씨와 '진실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정에는 SK그룹 관계자와 김준홍 전 대표의 변호인 등이 직접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다음 재판은 11월 11일에 열린다.

김씨는 최태원 회장 등과 공모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기소됐다.

2011년 초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였던 김씨는 지난 7월 대만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 6월,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