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스토리 (29)] 국민유아책 '애플비'···아기 엄마들의 필수품 된 까닭은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유도 선수 출신의 추성훈이 방송에 나와 딸 사랑이한테 한글 공부를 가르친다. 그의 손에 든 유아용 책은 바로 '애플비(applebee)'다.

애플비가 남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기 엄마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엄마들 사이에 '국민유아책'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마포구 창전로에 위치한 애플비(유아도서 전문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선영 기획편집부장(편집장)은 10년 역사를 품은 애플비의 성장과 함께 한 주인공이다.

딸을 키우면서 아이의 눈 높이에 맞는 책을 고민하던 중에 애플비를 만들었다. 그가 기획한 800가지 종류의 책들은 그동안 딸을 기르면서 몸소 체득한 경험의 산물이다.

'아기 엄마들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애플비는 어떤 책일까? 아이 엄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알아봤다.

◆ 애플비는 유아책 전문 브랜드···"엄마들은 웬만하면 다 알아요"

"방송에 나온 책들은 추성훈 씨한테 협찬한 게 아닙니다. 저도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 편집장은 추성훈 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애플비를 찾던 기억을 끄집어 냈다.

이 회사가 매년 참가하는 삼성동 코엑스 '임신·출산 육아용품 전시회(베이비페어)'엔 배우 이승연과 장신영, 축구선수 정조국의 아내 김성은도 다녀갔다고 한다.

"김성은 씨는 제가 직접 추천해 준 책을 사갔었는데, 다음날 출산했다고 기사가 떳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 디자인계의 전설이 된 앙드레 김 선생도 살아 생전 "손자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애플비를 고르러 왔었다고 김 편집장은 회고했다.

애플비는 영유아기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놀이책(토이북)이다. 책에서 동요나 멜로디가 나오고 폈다 접었다 장난감처럼 활용할 수도 있으며, 영어 교육도 가능한 제품들이다.

기자가 제품 인지도에 대해 궁금해하자 "웬만한 엄마들은 다 알고 있다"며 "조카를 길러본 사람들도 애플비는 익숙한 이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애플비는 유아책 분야에선 상장사인 삼성출판사와 함께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전국 22개 지사를 갖추고 있으며 예스24,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현재 애플비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책은 1000여종이 넘는다.
[Biz스토리 (29)] 국민유아책 '애플비'···아기 엄마들의 필수품 된 까닭은
◆ 엄마들이 만든 책···아이 눈높이 정확히 잡아줘

어떤 분야든 전문가들이 만들어야 제대로 된 제품이 탄생한다. 애플비가 유아책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힘은 애플비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들로 구성돼 있었던 게 주효했다.

"편집팀에선 엄마들이 아기를 키울 때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착안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죠."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책이랑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애플비는 장난감처럼 책을 만들어 흥미를 유도하고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김 편집장은 강조했다.

영유아들이 율동과 동요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해준 '사운드북'이나 갓 태어난 아기들이 시각, 촉각,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보고 만지고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한 '촉감책' 등이 대표적이다.

김 편집장은 유아책을 잘 만드는 비결은 실생활에서 나온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를 기르면서 얻어낸 아이디어로 책을 만들었다는 것.

"신간을 만들 땐 아이한테 의견을 물어보면서 만들었어요. 아이가 재미 있다, 좋다, 싫다 등등 의견을 내면 그걸 반영해서 책을 만듭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할 때도 많다. 김 편집장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애플비 카페 회원들과 지속적 만남을 갖는다.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무실 안에서만 개발하면 우리 시각으로만 책을 만들게 됩니다. 독자 시각에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들어보고 있어요."

◆ 국내 토이북 개척자···'사운드북' 국내 최초로 만들어

92학번인 김 편집장은 덕성여대 국어국문학과(교육학 복수전공)를 졸업하고 1996년 동종 업계에 뛰어들었다. 유아책을 전담한지도 올해 18년차 베테랑이다. 그동안 교원그룹, 삼성출판사, 대교 등을 거치면서 유아교재 편집 기획자로 일했다.

애플비로 자리를 옮긴 이유를 묻자 "더 재미 있는 책을 만들기 원했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선 토이북이 많았지만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토이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 이전까지 직수입되던 토이북을 국산화시킨 것은 애플비가 처음이며, 책에서 소리가 나오는 '사운드북'은 애플비가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 헝겊책인 '무당벌레는 내 친구'는 2006년 10월 판매에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36만부가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 상품이 됐다.

전문가와 실제 사용자인 엄마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령대별 필수 도서로 구성된 홈쇼핑용 전집 '애플비 입체토이북세트'는 2006년 1월 GS샵(GS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총 86회(유아상품최다) 매진됐으며 올 6월 말까지 주문기준 3700만부를 돌파했다.
[Biz스토리 (29)] 국민유아책 '애플비'···아기 엄마들의 필수품 된 까닭은
올 8월 선보인 역사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이미 1만부가 팔리면서 한 달만에 '완판'되는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 노래도 배우고 역사적 사실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했는데 이달 중 추가 제작(2쇄)에 들어간다.

영유아책은 3만부만 팔려도 '대박'이란 소릴 듣는다고 한다. 다만 제작기간이 일반 도서보다 길어 신작을 내기까진 적어도 8개월에서 1년 가량 걸린다.

◆ 출산률 저하로 내수 한계···수출 행보 박차

최근 출산률 저하로 유아책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회사 설립 후 꾸준히 판매 부수가 증가하던 애플비도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는 부수가 소폭 감소했다. 한 해 동안 100여종 넘게 신간을 출간해오다 올들어선 가짓수를 일부 줄였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수출이다. 애플비가 해외 판매를 시작한 해는 2010년. 유아책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붙던 시기여서 수출까지 적극 모색하게 됐다. 현재 토이북 완제품은 영국,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국가 확대를 위한 해외 도서전 참가도 적극 추진중이다.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유럽의 도서 전시회는 총 4번 참가했어요."

매년 3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시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의 경우 작년부터 2년 연속 단독 부스를 열어 소귀의 성과도 냈다.

▲애플비가 피셔프라이스와 공동 기획한 <폭신폭신 딸랑딸랑 촉각볼> 생후 0~6개월 아기를 위한 초점책 2권과 촉각볼 3개로 구성된 세트다.
▲애플비가 피셔프라이스와 공동 기획한 <폭신폭신 딸랑딸랑 촉각볼> 생후 0~6개월 아기를 위한 초점책 2권과 촉각볼 3개로 구성된 세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구 1위 업체인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와 공동기획상품을 내놓은 것도 해외 진출의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피셔프라이스 쪽에서 제휴해서 책 내고 싶다고 먼저 제안이 왔습니다. 그 업체 캐릭터를 응용해서 애플비와 접목한 상품을 만든 것이죠."

올 초부터 공동기획 제품(사진)이 출시돼 시판중이다. 피셔프라이스 캐릭터를 책에 접목해서 촉각볼 등을 만든 책이다. 국내 유아책 시장에서 해외 메이커와 협업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편집장은 "피셔프라이스 글로벌 지사에서 다른 나라와 공동 기획물은 내놓은 것은 호주 파이브 마일즈, 미국 리더스에 이어 애플비가 세 번째"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유아책 시장 규모가 줄어든다 해도 별 걱정은 없다고 했다. 어차피 수요는 있게 마련이고 제품 경쟁력만 갖추면 생존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 싸움이 되겠죠. 타사에 없는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간다면 치열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사진=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