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치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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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보다 못한 여성인권 보호
나는 과연 '여성인권 디딤돌'이었을까
이종걸 국회의원·민주당anyang21@hanmail.net
나는 과연 '여성인권 디딤돌'이었을까
이종걸 국회의원·민주당anyang21@hanmail.net
![[한경에세이] 정치와 여성](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01.7964315.1.jpg)
필자가 변호사 때 사력을 다해 변론한 성희롱 피해자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의 3000만원 배상판결은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 내려졌다. 한 신문은 이 두 사건을 하나는 미래, 다른 하나는 과거라는 취지로 1면에 양분해서 실었다. 재판 준비로 꼬박 밤을 새운 그날 아침, 사무실로 걸려온 첫 전화는 아내였다. “여보, 우리 두 딸을 위해서 고마워요.” 그 이후 아내로부터 그런 찬사를 들어 본 적은 없다.
변협 인권보고서 1997년 여성의 권리편을 담당한 필자는 소용돌이 속에 있는 한국 여성의 지위 변화에 대해 썼다.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가정폭력특별법이 재개정됐다. 지금은 교육 기회가 여성에게도 많이 열렸다. 각종 국가 고시에서 여성이 남성을 능가하고 선망하는 직업인 교사의 경우엔 남성을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꼽은 글로벌 경제왕관인 미국 대통령,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총리 다섯 자리 가운데 셋이 여성이다. 한국도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산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25년 뒤면 3분의 1이 60대 이상이라고 한다. 그나마 새로운 사회 동력을 여성 사회 진출에서 찾아야 할 형편이다. 16%도 안 되는 여성 의원의 비율로 여성 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종대왕은 관청 노비가 아이를 낳자 100일 동안의 복무를 면제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4년 뒤 한 여성 노비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자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은 아내를 돌보도록 남편에게도 30일간의 휴가를 주어라.”
성종 때 ‘경국대전’에는 ‘출산에 임해서 한 달 그리고 산후 50일 동안 휴가를 주고, 그 남편에게도 산후에 15일의 휴가를 준다’고 하여 다소 후퇴했지만 그 기조는 이어졌다. 대가족 시대의 출산과 육아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핵가족 시대인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종이 성군이었다고는 하지만 수직적 사회의 노비 출산보다 못한 제도로 여성 인권이 과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 인권 디딤돌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필자는 정치인이 돼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되묻는다.
이종걸 < 국회의원·민주당anyang2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