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골프 선수 미셸 위(24·나이키골프)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자 그린 주위의 갤러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8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오르는 퍼트였기 때문이다.

2010년 8월 캐나다오픈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 소식이 없는 미셸 위가 모처럼 국내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8언더파에는 아직 경기를 마치지 않은 서희경(27·하이트진로), 김세영(20·미래에셋) 등이 포진해있었다.

최소한 연장전은 확보한 것 같았지만 아버지 위병욱 씨는 "버디 홀이 뒤쪽에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고 결국 그 우려대로 위성미는 1타 차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고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연장에 대비해 퍼트 연습장에서 몸을 풀던 미셸 위는 서희경이 마지막 홀 버디로 9언더파를 기록하자 아쉽게 발길을 돌리면서도 표정은 밝아 보였다.

3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인 그는 "오늘 재미있게 쳤고 특히 마지막 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미셸 위는 "다음 주 대만 대회도 있고 아직 시즌이 남아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올해 안에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부터 퍼트할 때 허리를 크게 굽혀 거의 '기역' 자 모양을 만드는 자세는 어느덧 위성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183㎝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장타에 비해 퍼트가 약점으로 지적되던 그는 올해 퍼트 자세를 바꾸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항상 30개를 웃돌았지만 올해는 29.85개를 기록 중이다.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도 2010년부터 투어에서 순위가 82위, 59위, 59위를 맴돌다가 올해는 28위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해 보인다는 사람이 많다"는 말에 미셸 위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런데 저는 너무 편해요"라고 되받았다.

그는 "또 키가 크니까 몸을 굽히면 라이를 보거나 그린 스피드를 파악하는데 더 나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도 미셸 위는 15번과 17번 홀에서 긴 거리 퍼트를 연달아 성공하며 타수를 줄여 순위를 끌어올렸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겨뤄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초반에 버디 기회를 놓쳐 그렇게 됐다"면서도 "마지막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으면서 들어온 것에 위안을 삼겠다"고 답했다.

1년 만에 참가한 국내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수확한 미셸 위는 "경기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