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예산 전쟁에서 완패한 공화당이 강경 보수주의 성향의 ‘티파티(tea party)’ 세력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상당수 공화당 중진의원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폐기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볼모로 한 예산 전쟁의 전략은 ‘자멸 행위’였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티파티의 강경 전략으로 이번 싸움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지지도만 갉아먹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티파티에 대해 공화당의 70%가 비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막강한 돈줄을 쥐고 있는 티파티 세력은 백악관과 타협한 실용주의 노선의 공화당 의원들을 내년 중간선거에서 축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티파티 운동의 온라인 웹사이트인 티파티닷넷은 이번 합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상원 27명과 하원 87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이름만 공화당원이라는 의미의 ‘RINO(Republican In Name Only)’로 규정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초당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낸 주역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가 지역구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티파티 후보들에게 200만달러(약 21억원)를 몰아준 ‘상원보수주의펀드’는 매코널 대표와 당내 경선을 벌이는 매트 베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미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연방정부에 대해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2%에 그쳤다. 또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항상 혹은 대부분 정부를 믿는다’는 응답이 19%에 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번 국가 디폴트 위기가 있었던 2011년 8월 당시와 같은 수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