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 기업공개(IPO)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국내 상장을 노려온 해외 기업들이 신규 상장을 미루고, 기존 회사들도 줄줄이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고섬 사태’(중국 기업 회계부정)에 따른 ‘해외기업 디스카운트’가 개선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주 한상기업 패스트퓨처브랜즈(FFB)는 연내 상장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배영규 IPO 담당이사는 “가능하면 연내 상장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기대보다 실적이 좋지 않아 내년 이후로 미뤘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은 지난 5월 엑세스바이오 한 곳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외국 기업은 없다. 이번달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도 두 달여의 실사 및 평가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연내 상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중국고섬 사태 이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려는 분위기”라며 “중국 기업 외에도 바이오·정보기술(IT)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의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장했던 해외 기업들도 줄줄이 한국 증시를 뜨고 있다. 올 들어 상폐된 중국기업은 3노드디지탈 중국식품포장 중국고섬 등 3개사다. 회계부정으로 인해 상장폐지를 자초한 중국고섬을 제외하고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은 스스로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