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협회, 야쿠자에 대출 중단 선언

일본 은행들이 폭력조직 '야쿠자'의 자금줄을 조이고 나섰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협회는 야쿠자 멤버들이 차량 구입대금과 중소기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간 뒤 상환하지 않고 있는 것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경찰 협조 아래 야쿠자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협회 구니베 타케시 회장은 16일 기자들에게 "경찰청과 야쿠자 관련 정보를 공유, 야쿠자가 200여 국내외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빌려쓰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협회의 이번 조치는 자산 규모 2위 금융그룹인 '미즈호'가 지난달 소비자금융 계열사를 통해 야쿠자 멤버들에게 자금대출을 해 온 사실을 밝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본 금융감독원(FSA)은 미즈호가 야쿠자에 대출해준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자체 감시기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FSA는 야쿠자에 대한 대출을 처음 적발한 지 2년 이상이 지났다고 밝혔다.

미즈호측은 야쿠자 대출 총액이 2억엔에 달하며 대부분 자동차 구입용 대출이라고 공개했다.

야쿠자 멤버들은 대출 미상환 처벌을 피하려고 한두번은 분할 상환한 후 나머지 대출금은 갚지 않는 수법을 써와 정부당국과 은행이 몇년째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해왔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가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설립한 한 은행은 야쿠자에게 집중적으로 대출해준 뒤 2009년 파산했다.

일본 경찰은 2010년 야쿠자가 수입 확대를 위해 건설, 폐기물 처리, 증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야쿠자에 대한 단속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년 후 일본 경찰은 모든 은행대출 신청자들에게 야쿠자와 무관하다는 서명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금년 초에는 일본 증권업협회가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예비 고객이 야쿠자와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공동 조사에 나섰다.

일본은행협회 구니베 회장은 "미즈호의 야쿠자 관련 스캔들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은행업계 전반이 반사회 세력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

이것은 신용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야쿠자를 지켜보아 온 도쿄 거주 작가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야쿠자 돈줄 죄기가 일부 성공을 거두겠지만 지인을 통한 은행대출로 감시망을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jami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