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지주회사제도 개편으로 금융·비금융 분리강화"
국회도 강화 목소리…지주회사제도 개선 등 논의 본격화될 듯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동양그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금산분리 문제로 지목하고 제도개선 의지를 밝혀 정부 차원에서도 금산분리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노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계열사 간에 부실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지주회사제도 개선을 통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분리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미 국정과제를 통해 경제민주화 정책의 하나로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을 말한다.

현재 은행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은산(銀産)분리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과 산업자본 간의 분리는 아직 되지 않은 상태다.

상당수 국내 대기업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교차출자를 통한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현실적으로 양자를 분리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교차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 해도 현행법상 어려움이 많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어서 금융·보험사를 매각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는 32개 집단 소속 165개사(4월 기준)이다.

금산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 계열사가 기업집단 내 부실 계열사에 계속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고 부실위험이 기업집단 전체는 물론 경제 전반에까지 미칠 수 있다.

또 금융사 자금을 활용해 재벌 총수일가 지배력을 유지·확장하는 '사금고' 역할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두 경우 모두 동양그룹 사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런 폐해를 의식해 박근혜 대통령도 금산분리를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그러나 재계 반발과 경제활성화 분위기가 얽히면서 논의 진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의 금산분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금산융합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반지주회사도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자는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힌 교차 출자를 풀고 위험의 전이를 막으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금융·보험사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보험사 자산규모가 20조원 이상이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해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노 위원장도 이런 맥락에서 "공정위도 금산분리 관련 제도 및 대기업집단 소유구조 관련 시책을 운용하고 있으므로 제도개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거론되고 있는 금산분리 관련 과제는 금융·보험사 보유주식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석훈(새누리당) 의원이 의결권 한도를 현행 15%에서 5%로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기업이 금융·보험사의 고객자금을 활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현행처럼 특수관계인과 한해 15%까지 의결권을 부여하는 예외가 인정된다.

동양그룹 사태에서 총수일가의 탈법행위와 계열사 간 부당 자금흐름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정부와 국회에서는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금산분리 강화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7일 새누리당 이혜운 최고위원도 "재벌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금융 계열사가 편법 동원되지 않도록 칸막이를 원천적으로 쳐주는 제대로 된 금산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제2, 제3의 동양그룹 사태를 막기 위해 금산분리 강화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주회사제 개편 등은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공정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금융위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