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세계 경제대통령” >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 지명자(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지명 소감을 밝힌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의장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Fed 사상 첫 여성 지명자인 옐런은 의회 인준을 받은 후 내년 2월부터 4년간 Fed를 이끈다. AP워싱턴연합뉴스
< “내가 세계 경제대통령” >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 지명자(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지명 소감을 밝힌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의장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Fed 사상 첫 여성 지명자인 옐런은 의회 인준을 받은 후 내년 2월부터 4년간 Fed를 이끈다. AP워싱턴연합뉴스
“경제회복을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지명된 재닛 옐런 현 Fed 부의장의 첫 일성이다.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지명을 공식 발표한 자리에서다. 옐런 지명자는 “경제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더 나아가야 한다”며 “Fed의 의무는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인데 아주 많은 국민이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족 생계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Fed는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할 기회를 갖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두 가지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가운데 자신이 고용을 더 중시하는 ‘비둘기파’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Fed 매파 “채권매입 축소 서둘러야”

옐런의 이 같은 발언은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끈 Fed의 경기부양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양적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는 더욱 신중하게 진행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2년 Fed가 인플레이션 상한선 2%를 설정할 때 옐런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옐런은 Fed가 경기를 회복시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고, 실업률을 빨리 낮추기 위해 다소간의 인플레이션은 감내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옐런이 이런 신념을 실행에 옮기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이날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따르면 FOMC 멤버 대부분은 경기가 회복된다는 전제 아래 연내 채권매입 축소를 시작하고, 2014년 중반까지 완전히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양분됐다. “경제가 아직 취약해 출구 시기를 다음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약화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공화당과 학계 일각에서도 양적완화가 자산 거품을 불러올 것이라며 조기에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옐런 앞에 놓인 최대 과제로 꼽힌다.

◆“신흥국 재정개혁 기회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1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고려해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를 판단해야 한다”며 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를 주문했다. 또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글로벌 시장이 패닉에 빠지게 되며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지난달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늦춘 것은 신흥국들이 재정을 개혁하는 데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며 신흥국의 신속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