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식 '황금휴일제' 존폐 논란
“휴가 전에는 어수선해서 아무 일도 못하고, 휴가 중에는 거의 전쟁을 치르고, 휴가 뒤에는 회복이 늦어져 고통스럽다. 이게 어떻게 휴가인가.”

국경절 장기휴가(10월1~7일)가 끝난 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는 ‘황금연휴’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병원에는 휴일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크게 늘었다. 반(半)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망도 10여년간 시행돼오던 ‘황금연휴제’가 기로에 섰다며 개정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의 공휴일 제도는 독특하다. 중국의 법정 공휴일은 춘제(설날) 국경절 등 모두 7개에 불과하다. 쉬는 날도 다 합쳐야 11일이 고작이다. 그런데 어떻게 장기휴일이 존재할까. 그 비밀은 ‘황금연휴제’에 있다.

중국은 1999년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근로자들이 공휴일 직전이나 직후 토요일, 일요일에 일을 하고 대신 공휴일과 이어진 평일에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국경절 법정 휴일은 9월1~3일이다. 그러나 4일과 7일을 쉬는 날로 정해 9월1~7일을 모두 쉬도록 했다. 대신 근로자들은 9월29일 일요일에 정상근무를 했고, 10월12일 토요일에 출근을 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 근로자들이 올해 누리는 휴일은 모두 29일나 된다.

근로자들은 무리한 연휴 늘리기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번 주까지 중국 근로자들은 3일 근무·3일 휴식, 6일 근무·1일 휴식, 2일 근무·7일 휴식, 5일 근무·1일 휴식의 사이클로 일한다. “노동자에게 매주 하루 이상의 휴일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노동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휴기간에 중국 전역은 몸살을 앓았다. 연인원 7억명 이상이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하늘과 땅길이 막히고 관광지들은 인파로 넘쳐났다. 올해는 아직 공식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는 6만842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794명이 목숨을 잃고 2473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공식 연휴일을 줄이고 쉬는 날을 근로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인구 이동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누려온 중국의 황금연휴 특수가 사라질 판이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