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일부 "TPP, 결국 선진국·일부 대기업만 이익"

미국과 중국은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APEC 회원국 12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앞당기고자 동분서주했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아태지역 12개국이 진행 중인 다자 FTA로, 중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대신 회의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TPP 참가 대상국 정상을 일일이 만나 올해 말까지 TPP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부 개발도상국은 TPP가 결국은 선진국이나 일부 대기업에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케리 장관 다음으로 연단에 올라 "중국은 환태평양 국가들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TPP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시 주석은 또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반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통합을 심화해야 하지만,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상이한 각종 규정을 확인하는 데 시간·인력이 소요되면서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반감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복잡한 규정을 스파게티 접시 안에 엉키고 설킨 스파게티 가닥에 비유한 표현이다.

중국은 TPP에 맞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16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10일부터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중국이 회의를 주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빠지면서 이번 회의 첫 기조연설은 시 주석의 차지가 됐으며, APEC CEO 서밋에서도 시 주석 발언을 가장 중요한 순서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오바마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미국의 이익이 크게 손상됐다고 밝혔고, 블룸버그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 불참으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을 중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