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주주 위법 포착” >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7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대주주의 위법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주주 위법 포착” >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7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대주주의 위법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의 기업어음(CP) 등 불완전 판매 특별검사를 진행하던 중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 ‘동양 사태’가 사법 처리 수순으로 급진전하고 있다. 금감원은 5개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계열사 간 불투명한 자금 거래 등 현 회장의 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CP 돌려막기’=배임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7일 긴급 브리핑에서 “동양증권을 검사하던 중 대주주의 위법 혐의가 발견돼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계열사 간 자금 거래 과정에서 부정 거래 혐의를 포착해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 자료가 확보되면 검찰에 고발한다. 하지만 직접적 검사대상(금융회사)이 아니고 증거 확보도 어려워 검찰수사가 필요할 경우 수사를 의뢰한다.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자본잠식 회사를 살리기 위해 CP를 매입한 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 간 CP를 사준것도 배임 혐의가 짙다는 분석이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신청 전 1주일 동안 1081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대다수 발행 물량은 계열사 간 빚을 돌려막기 위한 용도였다는 분석이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23일 금감원이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감지하고 동양증권 특별점검에 들어갈 때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서 103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오리온이 지원을 거절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설이 나오던 24일에도 220억원을, 금감원으로부터 회사채 발행 계획에 대해 정정신고를 받고 발행을 철회한 26일에도 200억원을 팔아치웠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영업일인 27일엔 가장 많은 313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동양그룹은 법정관리설이 퍼지자 이 CP 물량을 계열사끼리 돌려 막으며 급한 불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CP’ 가능성도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동양증권 검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양그룹도 과거 LIG그룹처럼 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사기’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없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가 그 시기에 CP를 발행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현 회장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과 김철 동양네트웍스 사장 등을 향할지도 주목된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사실상 그룹의 주도권을 이 부회장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주)동양이 짓다가 미분양으로 자금이 물린 서울 한남동 빌라를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사들인 것과 이 부회장 측근이 여러 국내외 사업을 벌이면서 자금 거래를 한 것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사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경우 관리인 선임에서 배제되고 법정관리 과정에서 보유 지분 소각으로 경영권을 잃게 되는 등 파장도 예상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 회장의 기소가 확정되면 법원이 동양 측 인사를 배제하고 제3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현 회장 보유 지분이 소각돼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대규/정영효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