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법)을 합의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1일(현지시간)부터 부분적으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매년 예산안을 법률로 정한다. 의회에서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별도 법률에 의해 매년 자동으로 지출되는 ‘의무지출 항목’을 제외한 재량지출(예산법에 근거)을 할 수 없게 된다.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한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16일부터 이듬해 1월7일(21일간) 이후 약 17년 만이다.

○어떤 기관 문 닫나

세금업무 마비·비자발급 지연 우려…하루 2억달러 손실 예상
백악관은 이날 각 부처 기관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이미 정해놓은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질서정연한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을 지시했다. 국방 치안 사회보장서비스 항공 등 정부의 핵심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에 국가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사회안전 등과 관련없는 비핵심 업무에 종사하는 연방정부 공무원 80만~120만명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우선 옐로스톤 등 400여개 국립공원이 폐쇄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다. 연방법원은 정상 가동하지만 파산보호 신청 심리가 지연된다. 중소기업청(SBA)의 기업대출 및 보증 관련 업무와 연방주택청(FHA)의 대출 보증 업무도 각각 중단된다. 국세청(IRS) 직원 9만4000여명 가운데 90% 이상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하지 않는 징세와 환급 업무도 사실상 중단된다. 상무부 등 일부 부처는 웹사이트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저소득층 여성과 아동을 위한 영양보조프로그램(WIC)도 멈춰선다.

외국에서 대사·영사 업무를 맡는 국무부 직원들은 대부분 정상 근무하지만 여권 갱신이나 비자 업무 등이 지연될 수 있다. 1995~1996년 연방정부 폐쇄 당시 하루 2만~3만건의 외국인 비자신청 업무가 중단된 바 있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을 근거로 공무원 무급휴가에 따른 소비 감소와 국립공원 폐쇄에 따른 관광산업 위축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 공무원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시는 하루 2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 임박에 따른 금리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소비가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기업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본다. 연방정부의 계약 발주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지역 기업들이 연간정부에서 따오는 물량만 26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이외에도 에너지부의 신규 유전 광구 허가심사, 식품의약청의 신약 허가 등도 지체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불행하게도 의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도 “의회와 협조해 가능한 한 빨리 정부 문을 다시 열고 공무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교착 상태를 보면 셧다운이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