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생글생글 400호
한국 20대는 과거 20대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무엇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20대가 국민의 낮은 안보의식을 가장 많이 걱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같은 보수성향 인터넷게시판에도 가장 많이 참여하고, 해병대 지원자는 모집 정원보다 3배나 많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20대가 30대보다 박근혜 후보를 많이 지지한 것도 분명 과거 20대와는 다른 성향이다. 젊음이 곧 진보로 통하던 등식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자들은 20대의 이런 성향을 두고 여러 진단을 내린다. 보수적인 5060세대 부모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거나, 일찍이 청소년기에 천안함 피격 같은 국가 안보위기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취업난 등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졌다고 보기도 한다.

당사자인 20대 중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열심히 읽고 사물의 이치를 깨쳤던 ‘생글생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생글생글은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주간 고교생 신문이다. 현재 120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30만명의 학생들이 생글생글을 애독하고 있다. 생각하기와 글쓰기라는 제호의 의미에 맞게 경제와 논술, 시사이슈 분석까지 풍부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생글생글이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를 통한 읽기와 글쓰기다. 논리적 사고란 곧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다. 어떤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의심하면서 사고하는 방식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문답법이라고 불렀다. 생글생글은 이 같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사회 이슈와 현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

교사들이 생글생글 활용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에게 사회를 보는 정확한 안목을 키운다’(37.2%)는 것을 가장 높게 꼽은 것도 그래서다. 이어 학생들의 ‘대입논술준비’와 ‘시사상식을 넓히기 위함’(20.9%)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학생들이 아무 근거없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루머와 괴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면서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뿌듯하다.

생글생글이 어제자로 지령 400호를 맞았다. 2005년 6월7일 창간호 이래 만 8년 4개월 만이다. 이 신문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이미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한국 20대의 핵이요, 중추다. 건전한 세대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를 지킬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