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소고기 공세에도 한우의 시장점유율이 10년째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한경 보도(14일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당시만 해도 한우시장이 초토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지키며 중국 홍콩 등지로 수출까지 하는 마당이다. 특히 고품질과 높은 소비자 만족도에 힘입어 ‘고급육=한우, 하급육=외국산’으로 인식될 정도다. 한우와 외국산이 대체재가 아니라 우등재와 열등재로 비교된다는 것이다.

한우의 경쟁력은 여태껏 시장을 열어 망한 분야가 없다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다. 밀려드는 외국산 소고기에 맞서 한우의 맛과 품질을 높이고 철저한 위생관리로 신뢰를 쌓은 결과다. 오히려 시장을 개방한 이후 되살아난 사례가 더 많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고사될 것이라던 한국 영화는 지금 연간 1억명 관객이 보면서 제2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일제 코끼리밥솥에 밀려 대기업들조차 포기했던 밥솥시장은 쿠쿠 리첸 같은 국내 중소기업이 평정했다. 빈폴이 폴로를 앞지르고, 롯데리아가 맥도날드를 제치고, 이마트가 월마트 까르푸를 밀어낸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물론 농업 분야는 아직도 수시로 파동이요,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며, 정부는 단기 수급대책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농업에 119조원을 투입했어도 뭐가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고비용 구조를 온존시킨 채 농업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 탓이다. 농업을 성역으로 삼는 한 10년, 20년이 지나도 달라질 게 없다. 박근혜 정부는 농업을 2·3차 산업과 융합한 ‘6차 산업화’를 내걸었지만 자본의 투입을 봉쇄하고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요원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농업은 ‘개방하면 다 죽는다’는 낡은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13억명의 먹거리 시장이 새로 열린다. 농업의 진짜 문제는 시장 개방이 아니라 상상력 부족이다. 선진국치고 농업 강국이 아닌 나라가 없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우의 성공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