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김모씨(57)는 2008년 1월 M사와 S사의 주식형펀드에 1500만원을 나눠 투자했다.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가 2007년 말 1730선까지 밀리자 저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을 돌파한 지난 11일 은행 창구에서 환매를 요청한 김씨는 ‘황당한’ 답을 들었다. 두 펀드 모두 15% 넘게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 그는 “주가가 그만큼 올랐는데 펀드에서 손해가 났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며 “뭐하러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전문가에게 맡겼는지 후회스럽다”고 했다.

지수 10% 넘게 올랐는데 원금 손실이라니…펀드 수익률 '황당한 배신'

○주가 올랐는데… 손실펀드 17%

1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555개(3년 이상 운용 중인 장기펀드 대상)의 3년 평균 수익률은 7.7%다. 지난 3년간 코스피 상승률(1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원금이 까진 펀드도 전체의 17%인 93개나 됐다. 대표적으로 동양자산운용의 ‘동양프리스타일1’ 수익률(3년 기준)은 -13.59%다. 에프앤가이드 측은 “주가를 단순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100여개를 제외하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펀드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펀드 매니저의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니저가 종목을 잘못 선택한 게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니저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얘기”라며 “소외주를 많이 담았다가 거래량이 확 줄면 포트폴리오 교체도 어렵다”고 전했다.

동양운용 관계자는 “성장주를 압축 투자하는 방식으로 동양프리스타일1을 만들었는 데 매니저의 시장 판단이 틀렸다”며 “2~3개월 전 펀드매니저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납입액 대비 평균 1.5~2%씩 떼가는 주식형펀드의 총보수(수수료)도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수익률에 따라 운용보수가 결정되는 성과연동제 상품 도입을 독려했지만 호응하는 운용사는 한 곳도 없다.

○펀드도 리모델링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수년간 지켜봤어도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면 과감하게 펀드를 갈아타라고 권했다.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도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면 펀드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다른 운용사 상품으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은 “장기수익률이 저조하다면 매니저의 잦은 변경이나 운용철학 없는 시황성 투자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수익률 상위권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펀드 수익률이 3~5년간 하위권을 맴도는 곳이라면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부진한 펀드 수익률을 개선하는 게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귀띔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그러나 “주가가 좀 올랐다고 펀드를 무차별적으로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를 대비해 성장주를 많이 편입하고 있는지 따져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조재길/안상미/조귀동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