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삼동(33). 본명인지 가명인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름의 소유자. ‘드림하이 송삼동’이 연관검색어로 뜨는 남자. 언제부터인가 무척이나 친근한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그의 연기는 언제나 새롭다. 영화 ‘개똥이’(김병준 감독, 영화사 새삶 제작)에서도 그랬다. 현실에서는 ‘정말 있을까?’ 싶은 이름을 가졌지만 영화에서는 다르다. 어느 동네라도 한 명 쯤은 꼭 있을 것만 같은 그 이름. 개똥이.







개똥이는 산동네 토박이다. 까까머리, 큰 반점, 상처투성이 얼굴이 트레이드마크.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산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개똥이는 누구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언제나 멍한 눈빛은 온 세상의 시름을 다 안고 있는 것만 같다. 송삼동은 타이틀 롤이다. 포스터의 반을 채운 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눈물 맺힌 눈동자가 마음을 툭 건드린다. 개똥이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 “대사 없어서 불편한 건 없어”



개똥이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준 선주(이은경)에게만 딱 두 마디를 허용한다. 담배를 반으로 꺾어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내뱉는 한숨. 대사는 아니지만 잔상을 남긴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는 개똥이의 모습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번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남기지만 그건 그냥 말 그대로 생각이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자. 송삼동이 눈으로 말을 걸고 있다.



“대사가 없어서 불편한 건 전혀 없었어요. 상대배우들이 답답했겠죠. 하하. 저야 뭐 편하게 찍었어요. 그냥 느낌을 살리려고 했죠. 특별한 디렉션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편했나 봐요. 아, 컷 소리가 나면 말을 하고 싶다고 막 장난처럼 이야기 했던 건 있어요. 그런데 별 다른 불편함은 없었던 거 같아요. 꼭 말이 아니라도, 눈빛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잖아요? 주변인들이 개똥이의 눈빛만 봐도 어떤 걸 말하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요.”



다행히 송삼동은 말수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었다. 느릿느릿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은 개똥이스러웠지만. 그러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에 책과 지갑을 넣은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 몇 번 손으로 슥 머리카락을 정리하기도 한다. 집 안에 무엇인가를 사들이는 걸 싫어한다는 그는 가진 옷도 별로 없다며 사진 찍히는 게 괴롭다고도 말했다. ‘알수록 신기해’ 연발 투성이. 그러다 또 다시 이름 이야기가 나왔다.



“본명이냐고 아직도 물으시는데 본명 맞아요. 하하. 그 분(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송삼동 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 때문에 참 유명해졌어요. 이름이. 저한테 여동생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미니홈피 이름 찾기를 통해 또 다른 송삼동을 찾아낸 거예요. 진짜 있더라고요. 신기했죠. 그래서 그분에게 쪽지를 보냈어요. ‘안녕하세요. 송삼동입니다. 저랑 이름이 같네요’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랬더니 답장이 온 거 있죠?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분은 지금 뭐하시려나.”







◆ “영화는 무조건 앞자리에서 봐야 제 맛”



2007년 연극 ‘선착장에서’로 데뷔한 송삼동. 이후 영화 ‘낮술’(09) ‘REC’(11) ‘슈퍼스타’(12) ‘노리개’(13) ‘남쪽으로 튀어’(13)까지 많은 작품을 통해 얼굴을 보여줬다. 스크린에서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 그야말로 배우. 하지만 실제로는 부끄럼이 많은 무뚝뚝한 송삼동이었다. VIP 시사회 초청장을 하나씩 보내면서도 ‘이런 걸 어떻게 해’라며 속으로 수 없이 이야기 했을 정도라니.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 쑥스러움도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전 왜 그런 게 그렇게 부끄러울까요. ‘보러 오세요’ 이런 말을 잘 못하겠어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또 그걸 하기는 해요. 정말 정성들여서 장문의 문자를 썼어요. 장소와 시간이랑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써서 보냈죠. 그런데 연락이 와서는 ‘어디서 해? 몇 시야?’ 이러는 거예요. 분명히 다 썼는데. 알고 보니 제 휴대폰에서만 되는 기능들이었어요. 이모티콘이랑 편지지, 글꼴 이런 게 다 깨져서 간 거죠. 제 휴대폰 한 번 보실래요? 진짜 옛날 거죠? 아... 제가 이렇답니다.”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할 때는 또 다른 사람이다. 거침없이 마구마구 쏟아낸다. 얼굴 근육이 모두 살아 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리액션도, 자기 자책도 듣고 있으니 흥이 난다. 어느 샌가 고민상담사가 되어버린 것 같았지만 계속해서 듣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을 꺼낸다. 다행이다. 그래도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다. 아싸.



“모니터를 하나 살까말까 하고 있어요. 그냥 모니터로 보면 최적화된 영화 비율이 나오질 않는데요. 그래서 딱 맞는 와이드 모니터를 살까하는데 몇 달 동안 장바구니에만 넣어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전 영화관에 가도 앞자리 중앙에 앉아요. 시야에 스크린이 딱 들어오는 게 좋아요. 뒷자리에 앉으면 그냥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랑 똑같아서요. 무조건 앞자리에 앉죠. 장르는 안 가려요. 멜로도 좋아하고. 그런데 공포는... 으악!”



송삼동이 궁금하다. 뇌구조가 궁금하다. 뭘 꽁꽁 숨겨놓고 있을지 풀어헤쳐보고 싶다. 저기, 우리 언제 낮술이나 한 번 하죠.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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