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금 드라이브'…비상 걸린 금융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국세청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폭탄’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최근 세무조사가 끝난 국민은행은 125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고 국세심판원에 이의 제기를 검토 중이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신한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화생명 등 다른 금융회사도 거액의 세금이 부과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에 이어 금융회사까지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가 이어지면서 세무당국이 무리하게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미노 세금폭탄 맞나 ‘긴장’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국민은행에 125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지난 2월부터 7월 말까지 5개월간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나온 추징 액수로, 국민은행 2분기 당기순이익(488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은행은 대손상각 과정에서 세금을 적게 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계열사들과 부당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추가 세금 추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재무 및 세무 회계 사이의 간극이 있다”며 “법 해석 과정에서도 국세청과 이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비상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 및 메릴린치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2곳도 지난달 각각 370억원과 2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국민은행과 함께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한 SC은행의 경우엔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세무조사가 6개월간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SC은행 관계자는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세금 추징 규모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세금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과세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화생명을 비롯 농협중앙회 및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농협금융 계열사도 지난 5월 말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됐던 교보증권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조세심판원에 이의제기 방침

금융회사들은 올 들어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도 역시 세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과거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약 3개월이면 끝났는데 이번엔 5~6개월씩 진행되고 있다”며 “기간이 늘어난 만큼 조사 폭이 커지고 추징액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액의 추징금에 불복해 법적분쟁을 벌이는 금융회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조세심판원에 이의 제기를 청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개월 안에 이의 제기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께 조세심판원에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07년 세무조사 때도 불복 소송을 제기해 세금 일부를 환급받은 적이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거액의 과세를 하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말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세금을 낸 다음 소송을 통해 3~4년 후 환급받으라는 얘기인데, 이는 결국 세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