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서 드러나 "우리의 首는?…비서 동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활동 근거지로 지목해온 'RO(혁명조직)'의 실체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조직원들의 은밀한 행동요령이 2일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을 통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체포동의안에 첨부한 범죄사실에서 'RO(일명 산악회)'는 이 의원이 반국가단체인 민혁당 조직원들과 주체사상 추종자들을 규합해 만든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했다.

이 의원이 총책을 맡아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조직했다는 것이다.

주체사상 학습 등을 통해 엄선된 신규 조직원에게는 "우리의 수(首.우두머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이에 신규 조직원이 "비서 동지(김정일 지칭)입니다"라고 답하는 의식을 거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R(혁명가)가다", "간부의 풍모는?"라고 물으면 "충실성, 사상성, 사업작풍" 등이라고 답변하면서 결의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신규조직원에게 조직명(가명)을 부여하고, 북한의 혁명가요인 '동지애의 노래'를 제창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조직원에게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 변혁운동 전개 등 단체 강령을 구두로 하달했다.

조직보위·사상학습·재정방조(재정부담)·분공(구체적 과업을 나누어 맡는 것) 수행·조직생활 의무 등 5대 의무도 부여하고 조직의 명령에 복종할 것을 결의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5월10일 1차 비밀회합에서 한 조직원의 기강 문제를 질타한 후 "(다시)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순식간에 오라"고 지시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의원이) 이틀 후인 5월12일 긴급 소집령을 발동해 같은 날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강당에서 비밀회합을 개최했는데, 집결 당일 구두로 소집명령을 하달했음에도 130여명이 집결하는 등 전체 조직원들이 총책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복종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총책인 이 의원을 정점으로 중앙위원회가 있고, 산하에 경기동부·경기남부·경기중서부·경기북부 등 4개 지역별 권역과 중앙팀, 청년팀 등의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파악했다.

3~5명으로 구성된 세포단위 조직을 단계별로 배치해 총책→상급 세포책→하급 세포책→최하급 세포원 등의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철저한 보안수칙을 생활화하도록 했다.

조직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중전화나 비폰(비밀 휴대전화기)을 사용하고, 회합시 추적을 피하려고 일반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도록 했다.

노트북이나 PC 하드디스크는 6개월 단위로 교체하도록 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조직원들에게 "압수수색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USB(이동식디스크)를 부셔서 삼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직원들이 회합시 수사기관의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이동하거나, 버스로 이동할 때는 목적지 전(前)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등 이른바 '꼬리 따기'를 행동지침으로 삼았다.

신변에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경기도 인근에 자신만 알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두고, 유사시 대비해 항상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소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12일 비밀회합에서 "보위에는 바늘 틈 하나도 흥정할 겨를이 없는 거야"라면서 "개인이 책임진다?,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

누구도 보위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할 권리도 없고, 단지 지켜야 할 숭고한 의무만 있다"고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