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처럼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에서 보증부 월세 비율은 2011년 1월 22%에서 지난 7월 39.6%로 늘어났다. 2년 반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보증부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데다 전셋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은 돈으로 생각했다면 요즘은 잠겨 있는 자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물가상승률과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을 따져보면 전세 보증금 2억원 이하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전세 1억원 원룸에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물가상승률(연간 4%)과 기회비용(6%) 손실로 매달 83만원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전세계약 기간인 24개월이 지난 후에는 1992만원이 감소돼 전세 1억원의 실질적인 가치는 800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셈법이 가능하다.
반면 전세 1억원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전환하면 이론적으로 매달 23만원이 절약된다. 같은 계산으로 전세 보증금을 2억원으로 잡으면 매달 166만원이 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의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 전세와 비교했을 때 매달 4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판단의 기준은 기회비용을 만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세자금 중 남은 돈을 투자했을 때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소액 투자처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증부 월세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전셋값 상승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전세와 비교해 이론적으로 매달 나가는 비용이 비슷하거나 적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보증금에 따라서 전세와 월세의 실제적인 거주비용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전세 선호보다는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주거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