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정의란 무엇인가 '짚의 방패'
아동 살인마 기요마루(후지와라 타츠야)에게 손녀딸을 희생당한 재계의 거목이 그의 목에 현상금 100억 원을 내건다.

돈에 눈먼 지인들까지 습격에 나서자 기요마루는 제 발로 후쿠야마 경찰에 출두한다.

도쿄 경시청 경호팀의 에이스 메카리(오사와 타카오)와 시라이와(마츠시마 나나코)는 기요마루를 도쿄까지 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현상금을 노린 경찰 내부의 공격과 간악한 기요마루의 흉계 탓에 메카리 등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짚의 방패'는 마치 윤리학 교과서 같은 질문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한다.

과연 천인공노할 범인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게 질문의 뼈대다.

아이들을 때려서 죽이는 연쇄살인마. 홀어머니의 죽음을 살인에도 이용하는 비정한 사이코패스. 그를 보호해야만 하는 성실한 메카리와 철두철미한 시라이와의 이야기가 상영시간 117분간 밀도 있게 펼쳐진다.

투철한 직업윤리를 지닌 메카리의 견고한 세계관에 기요마루의 악덕이 마치 뱀의 혀처럼 날름거린다.

그 끈적끈적함과 불쾌함에 관객 중 상당수는 기요마루를 법정에 세우는 대신 즉결심판을 하자고 찬성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기요마루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며 일본사회의 정의와 윤리, 법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해 질문한다.

다만, 윤리문제를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해 단순성을 벗어나진 못했다.

'데쓰노트'로 잘 알려진 후지와라 타츠야의 악마적인 연기는 영화의 압권이다.

실성한 듯 행동하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기요하라의 캐릭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연기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른 후 메카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드는 대목은 소름이 돋을 만하다.

공포영화 '링' 등으로 잘 알려진 마츠시마 나나코와 오사와 타카오의 성실한 연기도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현상금을 노리고 기요마루를 추격하는 사람들과 경찰의 대결을 그린 고속도로 장면의 스펙터클과 실제 철도에서 촬영한 신칸센 호송장면의 빠른 호흡도 돋보인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8월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