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정치권 과잉입법에 '속앓이'
금융 관련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과잉 입법 사례가 많아 9월 정기국회를 앞둔 금융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금융사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무자가 변호사,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추심인(금융회사)이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취지의 법안이다. 민주당 서영교 홍종학 의원이 발의해 정무위에 계류 중이며 9월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채무자와의 연락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채권자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발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빚을 돌려받으려는 합법적인 행위가 가로막히면 대출 자체가 위축돼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민금융 및 지역재투자 활성화에 관한 법’도 은행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개정 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회사들이 총 신용공여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서민과 중소기업 또는 수도권 외 지역에 신용공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지역 금융기관의 역할을 더 축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관한 법’ 개정안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및 과잉 대출을 금지해 금융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반면 은행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 일명 커버드본드법이 대표적이다. 커버드본드의 발행자산인 주택담보대출 채권의 기준을 놓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커버드본드 발행법 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정치권은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커버드본드 투자자를 모집하려면 커버드본드의 담보자산인 주택담보대출채권이 우량해야 한다며 담보인정비율(LTV)에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DTI 적용은 무리한 요구”라며 조속한 법사위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목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 개정안이 이슈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설계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에 포함시켜 보호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보험연구원이 벌인 설문조사에서 보험설계사의 71%가 지금과 같은 개인사업자 신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무리한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신영/김은정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