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소재부문은 '제조업의 명품산업'
흔히 샤넬, 버버리, 벤츠 등의 고가브랜드 제품을 명품이라고 부른다. 명품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불황을 모르는 시장이다. 디자인 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인데, 이것이 바로 원천기술이자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 분야에도 명품에 비견할 만한 분야가 있다. 소재산업이다. 핵심기술을 확보한 소재기업은 한번 상품화에 성공하면 독점적으로 장기간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산업의 또 다른 특성은 다양한 산업에의 응용성이다. 예를 들면 반도체 소재는 메모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미국 듀폰의 고어가 발명한 ‘고어텍스’는 30년 가까이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일본의 니토덴코는 터치패널을 구현하는 데 필수인 투명전극 필름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소재시장을 선도하는 일본도 1991년에는 소재산업 수준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 지적하는 책이 출간됐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낮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때부터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소재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인 장기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온 결과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뽐내고 있다.

제조업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장을 독점할 만큼 좋은 소재를 개발하는 데는 원천기술 확보에 따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서도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핵심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및 2010년 ‘세계최고재료(WPM)사업’ 등 다양한 R&D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올 4월에 열린 WPM 1단계 사업 결과에서는 중견기업인 엠케이전자와 대기업인 삼성SDI가 협력해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음극재 제조기술을 선진국 수준까지 개발하는 등 성공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독창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소재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소재 관련 기업·연구소·대학들은 상호협력을 통해 핵심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하고 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R&D에 박차를 가하는 등의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권순기 < 경상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