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월세 광풍 속 주택시장 정상화 제언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금전적 이익에 따른 만족감보다 손실에 의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 보면 주택 가격의 상승에 따른 이익보다 하락에서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크다는 얘기가 된다.

올 들어 주택소유자들이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겪는 고통은 과거 주택가격 상승으로 누렸던 이익보다 더 크다. 중하위 소득계층일수록 그 정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잇따른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우려해 전세 대기 수요가 증가하는 게 주택시장의 현주소다.

주택시장은 월세공급 일변도로 변해가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이 안정적인 월세를 통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수요는 월세에 비해 사용자 비용이 낮고,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포함한 위험요소를 회피할 수 있는 전세 수요층이 더 두터워지는 추세다. 최근처럼 여건이 뒤바뀐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도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책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주택 수요와 공급 기반을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전세 수요의 이유는 다양하다. 금전적 제약에 따른 전세 수요, 주택의 가격하락 우려와 구입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전세대기 수요, 자가소유 전세거주 수요로 구분된다. 각기 다른 사유에 따른 이런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전세를 살기보다 주택을 구입하는 게 더 낫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공급물량을 축소한다는 전제 아래, 현재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1가구1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의 원리금 상환분에 대한 이자비용의 소득공제 혜택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택구입에 따른 사용자 비용을 낮춰주자는 것이다.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얻게 되는 강제저축 성격의 원리금 상환액은 곧 자기자본이 된다는 자기자본축적 기대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매달 내는 금액을 노후에는 연금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도 필요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취득세 영구인하와 관련해서는 일부 선진국처럼 정부는 세율에 대한 일정 권고안을 마련하고 결정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주택 수요에 맞게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주택시장의 지역성을 감안할 때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하겠다.

금리정책과 세제혜택 등을 활용한 수요 진작책과 함께 시행 예고된 공급물량의 탄력적 조절, 2기 신도시 기반인프라 확충, 수직증축을 포함한 노후지역재생 등 중장기적 지속가능한 활성화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복주택을 포함한 임대주택의 탄력적 공급도 필요하다. 행복주택의 입지성은 기존 일부 2기 신도시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으로만 구성돼 발생할 수 있는 대리인 비용과 관련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임차인과 관리인 역시 주택을 소유한 소유주 입장이 아닌 대리인 위치에 있기에 건물의 급속한 노후화와 슬럼화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유지관리에 힘써야 한다. 나아가 행복주택이라는 주거공간을 통한 고용창출 기회와 관련 정보도 함께 제공되는 부(富)의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관련, 주택의 소유와 주택연금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게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의 소득감소가 소비감소로 연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소비지출의 축소는 주택시장을 포함해 경제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주택자산이 가계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주택연금제도의 확대가 합리적 소비활동으로 이어지게 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고리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창하 < 한양대 교수·부동산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