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인 신입생, 규율에 적응 못해…해사·공사보다 관리 느슨" 지적
육군 관계자는 25일 “육사 4학년 생도 A씨가 지난달 13일 외출을 나가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16세의 미성년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지난 22일 A씨를 붙잡아 군 수사기관에 넘겼다. 현재 군 검찰은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A씨는 혐의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도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성관계 후 대가로 금품을 주지 않고 채팅 기록 등 증거 인멸을 위해 피해 여성의 휴대폰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A씨의 처벌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통해 퇴교 조치가 내려진 뒤 민형사상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에서는 5월 상급 생도가 하급 생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달 9일엔 태국의 6·25전쟁 참전 용사촌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던 육사 생도 3학년 가운데 9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 술집과 전통마사지 업소를 출입했다가 적발됐다.
성매매 사건이 터지자 육사는 생도들의 휴가기간을 이틀 앞당겨 29일 전원 복귀시키고 2학기 교육일정을 조정, ‘생도 정신문화 혁신주간’을 지정해 열흘간 인성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생도 훈육요원 20여명을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육사는 26일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사관생도 인성교육과 교수·훈육요원의 책임 강화 방안 등 생도 일탈행위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대 개방 성향도 한몫”
군 간부 양성기관인 육사에서 군기 문란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육군 관계자는 “해가 지날수록 사관학교에 입교하는 신세대 신입생들의 개방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군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독 육사에서만 생도 일탈 사건이 이어지면서 육사의 생도 교육과 관리가 해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에 비해 느슨하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육사는 다른 사관학교와 달리 지방이 아니라 서울에 위치해 생도들이 성매매와 같은 일탈 행위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군 성폭력 고민, 관련법 개정
미국도 육사 생도 성추행 사건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 육군은 5월 여생도 샤워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육사에서 복무한 마이클 매클렌던 병장을 기소했다. 같은 달 미 공군에서는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담당관인 중령이 술에 취해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미군의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자 미 의회는 군 성범죄 예방을 위해 최근 법을 개정했다. 니타 로위 공화당 하원 의원 등은 내년부터 신입생도가 입교하면 6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교육을 실시하는 국방수권법안 개정안을 발의했고 상원은 하원에서 통과시킨 이 개정안을 승인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